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간음유인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도13672, 판결]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3-08-22본문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에서 정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의 의미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의 의미와 판단 기준 / 특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정 /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하기 곤란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고려하여야 할 사정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에서 정한 ‘이용하여’의 의미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6조 제4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라고 규정한다.
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신체장애인에 대한 간음 및 추행을 처벌하고 이를 비친고죄로 규정하였고(제8조), 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법률에서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간음 등도 처벌 대상이 되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사항을 따로 분리하기 위해 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된 성폭력처벌법은 이후 몇 차례 개정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유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였는데, 특히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제6조 제4항의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준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항거불능’ 이외에 ‘항거곤란’도 추가하여 구성요건을 완화하였다.
위와 같은 개정의 경과와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에서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란 같은 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5항, 제6항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와 같은 의미로서 ‘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등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이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므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 특성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하기 곤란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함께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의 죄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용하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참조조문】
[1]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참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8조(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참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4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형법 제1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공2014상, 638),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 판결(공2021상, 722),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9051 판결(공2021하, 2288)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0. 9. 23. 선고 (창원)2020노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준강간) 부분
가.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의 정신적인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5차례 간음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6조 제4항의 규율 대상인 ‘정신적인 장애’는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의미한다고 전제한 후, 그 판시와 같은 사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준강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관련 법리
1)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라고 규정한다.
2) 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신체장애인에 대한 간음 및 추행을 처벌하고 이를 비친고죄로 규정하였고(제8조), 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법률에서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간음 등도 처벌 대상이 되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사항을 따로 분리하기 위해 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된 성폭력처벌법은 이후 몇 차례 개정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유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였는데, 특히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제6조 제4항의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준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항거불능’ 이외에 ‘항거곤란’도 추가하여 구성요건을 완화하였다.
3) 위와 같은 개정의 경과와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에서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란 같은 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5항, 제6항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와 같은 의미로서 ‘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등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고(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 판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9051 판결 참조),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므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 특성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6907 판결 참조).
4)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하기 곤란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함께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 판결 참조).
5) 한편 위 범죄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용하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 구체적인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해자(46세)는 만 30세이던 2003. 1. 8. 의사의 소견에 의하여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같은 날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지적장애인으로 등록되었다. 피해자는 12년 후인 2015. 7. 9. K-WAIS(웩슬러 지능검사) 결과 지능지수가 57이고, 사회지수가 14라는 전문의 소견을 받고, 2015. 8. 7. 지적장애 3급, 종합장애 3급으로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았다. 피해자는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고, 숫자 개념이 매우 부족하며, 타인과의 대화 능력이 낮아 조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지능지수에 비하여 사회지수가 매우 낮은 점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대인관계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특히 부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해자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후 추가교육 또는 사회생활의 경험을 갖지 못하였으며, 결혼을 하여 딸을 출산하였으나 곧 이혼한 후 딸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남동생과 함께 살면서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다) 피해자는 세 번째 성행위를 당한 직후 인근 식당 주인을 찾아가 울면서 "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말하였고, 위 식당 주인의 신고로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피고인의 집에 가기 싫지만, 안 간다고 하면 꾸지람을 들을까봐 무서워서 갔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그 직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그 전의 세 번과 동일한 내용으로 집으로 오라고 하는 피고인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집으로 가 피고인으로부터 같은 방법으로 간음을 당하였다.
라)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더럽고 비위가 상했지만, 혼날까봐 무서워서 해줬다. 피고인의 행위로 너무 아팠다. 기분이 안 좋았고, 하소연할 데도 없고 죽겠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마) 이와 같이 피해자는 지인에게 울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피고인과의 성행위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의 5차례에 걸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을까봐 무섭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성행위 요구에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한 채 응하였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를 한 이후에도 피고인의 동일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였다.
2)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에서 말하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사건 당시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원하지 않는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표현·행사하지 못하는 상태, 즉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의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다만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1년 전 무렵부터 공원 등에서 피해자를 만나면 피해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용돈을 주거나 먹을 것을 사주는 등 알고 지냈고, 이 사건 당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자신의 집을 청소해 달라며 집으로 데려가 청소를 시키고 간음을 한 후 피해자에게 먹을 것이나 1~3만 원의 돈을 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인의 나이(78세), 피해자와의 관계, 피고인이 용돈을 주는 등 호의적인 행위를 한 후 성관계 요구를 하는 데 대하여 피해자가 거절을 하지 못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이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결과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
2. 간음유인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꾀어 자유로운 생활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 아래 옮겼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각 간음유인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의 이 부분 이유설시에 부적절한 부분은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