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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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4본문
【판시사항】
[1]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항소심이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항소심이 피해자 등의 제1심 증언의 신빙성을 받아들였던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지적한 사정들이 주로 제1심에서 이미 지적된 사정들이고, 항소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 밝혀진 사정은 범행 이후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사정에 불과한 경우, 제1심 증언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항소심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지적한 사정들이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들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1항,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3]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8227 판결 / [1]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공2007상, 96),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5765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7871 판결 / [3]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공2018하, 2294),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2020전도74 판결(공2020하, 1829), 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533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9. 2. 21. 선고 2018 노15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제1심 판단과 원심판결 이유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편의점 브랜드의 개발팀 직원이고 피해자는 편의점주인데, 피고인은 2017. 4. 24. 15:00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찾아갔다가 피해자가 그곳에서 홀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16:00경 피해자가 있던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가 피해자에게 서류를 보여주면서 업무에 관한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만지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어내면서 거부의사를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머리를 만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고, 같은 날 16:35경 위 계산대 위에 피고인 소유의 노트북을 올려놓고 피해자를 의자에 앉힌 후 피해자의 뒤에서 왼팔로 피해자를 살짝 안으면서 왼손을 계산기 위에 올리고 오른손으로는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를 짚은 채로 업무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왼팔로 피해자의 목을 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오른쪽 얼굴에 키스를 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나. 제1심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친 후 피해자의 피해 경위에 관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인정되고, CCTV 영상 촬영사진과도 부합하며, 설령 피해자가 당시 배우자와 이혼 준비 중이라는 사정이 있더라도 허위 신고를 할 만한 동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그런데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검사가 피해자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고, 변호인의 문서송부촉탁 신청에 따른 피해자의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 기록이 제출되었으나 모두 증거로 신청되지는 않았다) 변론을 종결한 다음 주로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기초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해자 진술 신빙성 및 CCTV 영상 증명력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1)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고, 추가 접촉이 가능한 범위에서 피하여 반복적ㆍ연속적으로 신체접촉이 이루어지는 등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접촉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위와 같은 모습은 피해자가 진술하는 그전의 추행행위가 있었던 사람들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
2)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추행이 있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소위 ‘갑을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접촉 당시에 “아마 그때 놀래 헛웃음 나왔던 것 같습니다.”라고 자발적으로 진술하는 등 이 사건 발생 직후 CCTV 영상을 돌려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미리 확인하고, 자신의 표정으로 인하여 추행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하여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배우자로부터 외도 등을 의심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배우자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을 덜고자 피고인과의 신체접촉을 강제추행으로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5)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가 근무하던 편의점에 아무런 설명 없이 찾아와 CCTV 열람을 위해 편의점 사무실로 들어가 이를 강제로 열람하였다는 피해자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은 위 사무실까지 들어가게 된 경위에 관하여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운 사항들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한다.
6)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적인 일까지 알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주 전화를 건 내역이 있는 등 피해자는 피고인과 업무 외적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2.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8227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5765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7871 판결 등 참조).
항소심법원이 피해자 등의 제1심 증언의 신빙성을 받아들였던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지적한 사정들이 주로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이고,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 밝혀진 사정은 범행 이후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사정에 불과한 경우 위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위 대법원 2008도7917 판결 참조). 또한 항소심법원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지적한 사정들이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들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만한 사정이 달리 존재하지 아니한 이상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위 대법원 2010도8227 판결 취지 참조).
나.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이 지적한 사정만으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및 이에 부합하는 CCTV 영상의 증명력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먼저,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어 있음에 비하여, 피고인의 진술은 피해자와의 의사합치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경되어 왔다.
1) 피해자는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 진술을 하였고, 제1심 증언까지 일관된 내용으로 진술하였는바, 취지는 다음과 같다.
가) 공소사실 기재 범행일 이전부터 피고인이 남녀 간 애정관계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신체접촉을 해왔으나 피해자는 전전세 개념으로 들어간 점주로서 본사 직원인 피고인에게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려웠고, 나) 범행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을 밀치면서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였으나 피고인이 계속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였고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아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의 진술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가) 범행 이전의 정황에 관하여, ① 경찰 수사 시에는 피해자가 평소 일방적으로 스킨십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② 검찰 수사 시에는 장난삼아 스킨십을 하는 관계였다고 진술하고, ③ 제1심에서는 피해자가 고백을 수차례 하고 스킨십을 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나) 공소사실 기재 범행에 관하여, ① 경찰 수사 시에는 “고개를 돌리다가 입술이 부딪쳤는데 피해자가 지나치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짜증이 나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라고 진술하였다가, ② 10여 일 후 작성한 진술서에서는 이에 더하여, 피해자를 살짝 안아주듯 하였다고 주장하였고, ③ 원심 피고인신문에서는 “20초 정도 서로 안고 있었다.”, “피해자의 볼에 입술이 스쳤고, 원하시는 대로 진짜 해드리겠다고 말한 후 키스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3) 원심이 든 위 1) 내지 3) 사정들은 대체로 범행 이전의 관계 및 범행 당시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경위로 변경된 원심 진술에 기초하여 이와 배치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내용으로서, 그 사실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긍정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부족한 사정이거나,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사정들로서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이미 고려했던 사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4) 원심이 든 위 5) 사정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는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운영하는 편의점 사무실에 들어가 정산서를 출력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는 데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도 존재한다.
5) 원심이 든 위 6) 사정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편의점 점주 창업적성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업무 외의 개인적인 사항을 질문하여 이에 답변하였다는 취지여서 편의점 업체의 공식적인 창업적성검사에 개인적인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피해자의 개인적인 사항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2017. 3.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통해 편의점을 개업한 시기여서 그 무렵의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발신전화 건수 및 통화시간만을 근거로 위와 같이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의 대부분이 편의점 개업 업무와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 또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판결, 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533 판결 참조).
원심이 든 위 1), 2) 사정 등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위 법리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뿐더러 원심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는 업무상 정면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관계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정도로 피고인에게 거절의 의사로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2) 나아가 원심은 범행 후 피해자가 배우자와 이혼한 사정으로부터 피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심의 인정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범행 4일 후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을 하고 관련 법령의 절차에 따라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아 기소 이전에 이미 이혼신고를 마쳤다는 것인바,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피해신고로 책임을 덜거나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였다는 사정을 기록상 확인할 수 없다.
라.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제1심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나 CCTV 영상 등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에 의문이 있다면, 제1심이 이미 고려한 사정 또는 부차적인 사정만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거나 막연한 추측에 기초하여 제1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에 관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다만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 중 이 사건 범행 내용이 담겨있는 CCTV 영상이 짧게 편집되어 제출된 경위 등 일부 사정에 관하여는 추가 심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그럼에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제1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에 어긋남으로써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경험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인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