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8다30401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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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7-05본문
【판시사항】
甲 자산운용회사가 乙 보험회사와 체결한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계약의 계약서 원문인 영문본에 乙 회사의 면책사유로 정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의 해석이 문제 된 사안에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하고,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 자산운용회사가 乙 보험회사와 체결한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계약의 계약서 원문인 영문본에 乙 회사의 면책사유로 정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의 해석이 문제 된 사안에서, 위 계약서에는 면책대상인 ‘부정행위(Dishonesty)’의 유형으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와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을 들고 있는데, 원문에 따를 때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번역본과 같이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105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칸서스자산운용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1. 16. 선고 2018나20073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자산운용회사인 원고는 2013. 8. 1. 보험회사인 피고와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계약서는 원문인 영문본과 번역본이 각각 작성되어 있는데, 번역본에 기재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영어로 표시된 부분은 따로 원문을 부기한 것이다).
(1) 보험증권에서 한국어로 되어 있는 부분은 설명적 목적만 가지고 있다. 만일 이 증권에서 영문과 국문 사이의 불일치가 있다면 영문이 국문에 우선하여 적용된다[제21조 (g)].
(2) 피고는 원고를 대신하여 보험기간 중에 보험기간 이전 또는 보험기간 중 발생한 부당행위(Wrongful act)에 대하여 원고를 상대로 처음 제기된 전문직 서비스와 관련한 배상청구로 인하여 원고가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를 진 손해액을 지급한다(담보조항 제2항).
(3) 부당행위는 다음을 의미한다. 담보조항 제1, 2항과 관련하여, 피보험자 또는 외부 서비스 공급자 또는 그 행동에 대하여 원고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에 의해, 전문직 서비스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하는 동안 저질러지거나 시도되거나, 저질러지거나 시도되었다고 주장되는 실수, 허위진술, 오도하는 진술, 태만, 의무 위반 또는 위탁의무 위반(any error, misstatement, misleading statement, neglect, breach of duty or breach of trust)을 포함한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 또는 피보험자 또는 외부 서비스 공급자 또는 그 행동에 대하여 원고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들이 전문직 서비스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상청구가 제기되는 관련된 문제[담보조항 제7항의 ‘부당행위’ 부분 (a), 이하 ‘이 사건 부당행위 조항’이라 한다].
(4) 피고는 다음과 같은 모든 배상청구와 관련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없다.
부정행위(Dishonesty): 원고에 의한 고의적인 사기 행위나 부작위(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 또는 세계 모든 곳의 법률이나 규정이나 정관의 계획적인 위반이나 불이행(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 또는 그 법률이나 규정이나 정관에 의해 부과된 의무의 위반이나 불이행 또는 어떤 원고가 법적으로 얻을 자격이 없는 이윤이나 보수나 이익을 얻는 것을 토대로 하거나 그것에 기인하거나 그 결과인 배상청구. 다만 이 면책조항은[의문을 피하기 위하여 이 부분의 확장 6.(a)에 따른 방어비용이나 법적 대응비용을 선지급해야 하는 피고의 의무를 포함하여] 어떤 소송절차의 최종 판결이 그러한 고의적인 사기행위나 부작위나 계획적인 위반이나 불이행을 확증할 때까지는 적용되지 않는다(담보조항 제8항 e, 이하 ‘이 사건 면책조항’이라 한다).
나. 보험사고의 발생
(1) 원고는 우즈베키스탄 ○○○○ 지역의 부동산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개발사업’이라 한다)에 투자하는 이 사건 펀드를 설정하고 그 수익증권을 발행·판매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였다.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재산은 이 사건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Jisong Korea Industrial’(이하 ‘JSK’라 한다)에 대출 형식으로 투자되었다.
(2)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시행령」(2007. 12. 28. 대통령령 제204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0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이라 한다)은 "자산운용회사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1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 경우 담보가액 또는 보증금액은 대여금 이상의 금액으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충분한 금액이어야 한다."라고 정하면서, 그 제1호에서 "부동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할 것"을 정하고 있다. JSK는 2006. 6. 우즈베키스탄 ○○○○시로부터 이 사건 개발사업부지에 대하여 영구사용권을 취득하였는데 우즈베키스탄 토지법에 따르면 토지에 대한 영구사용권에는 담보설정이 불가능하였다. 원고는 대여자금에 대한 담보를 위해 ① JSK가 영구사용권에 기하여 보유하고 있는 개발사용권에 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② JSK의 주식 전체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며, ③ JSK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한이엔씨의 주식 전체에 대하여 근질권을 설정하였다(이하 ①~③을 통틀어 ‘이 사건 담보’라 한다).
(3) 원고는 JSK에 이 사건 펀드 자금 117억 6,500만 원을 대출하고 그 후에도 60억 원을 추가 대출하였으나 2013년경 결국 이 사건 개발사업이 무산되었다.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들은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담보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충분한 담보가 될 수 없음에도 투자제안서에 마치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것처럼 기재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을 위반하고 투자자에 대한 보호의무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 관련 소송의 항소심법원은 이 사건 담보가 적정하거나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보험금 청구와 면책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관련 소송을 방어하는 과정에 들어간 방어비용과 소송 패소에 따른 판결금에서 일부 공제금액을 제외한 돈을 보험금으로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이에 대해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담보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면서 이에 부합하는 담보제공 없이 이 사건 펀드를 운영하다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 이는 원고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면책조항에 따라 면책된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단순히 법령의 위반을 알았거나 법령 위반이라는 결과 발생을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계획적인 법령 위반으로 좁혀 해석해야 하는데, 원고의 이 사건 담보제공 행위는 이러한 계획적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면책조항은 면책대상인 ‘부정행위(Dishonesty)’의 유형으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이하 ‘이 사건 면책사유’라 한다)와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을 들고 있다.
원문에 따를 때,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번역본과 같이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2209 판결의 취지 참조).
나.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본다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는 이 사건 담보가 설정된 구체적 경위, 투자자에 대한 설명노력의 정도, 영구사용권에 기초한 개발사업권의 담보로서의 실질적 가치, 이 사건 개발사업의 무산에 따른 담보가치의 변동과 그 예견가능성, 금융감독원에 대한 질의의 정확한 경위와 내용 등에 관한 심리 결과에 따라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살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 더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면책조항 단서의 원문은 ‘provided that this exclusion shall not apply to the Company’s obligation to advance Defense Costs or Legal Representation Expenses under extension 6.(a) hereof until a final adjudication in any proceeding establishes such a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 or wilful violation or breach.’로 되어 있다. 이는 번역본과 달리 ‘다만 이 면책조항은 고의적 기망행위 또는 법령 위반에 관하여 소송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 약관 부칙 제6조 a항에 따른 피고의 선지급 방어비용 또는 법률대리인 선임비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번역이다. 원심은 위 원문을 ‘법원의 고의의 기망행위 또는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확정판결이 없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오역한 번역본을 그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올바른 원문을 근거로 삼아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인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판단만을 하였을 뿐, 나아가 원고의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피고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주심)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