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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가공료·손해배상(기) [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3다223171, 22318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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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0

본문

【판시사항】


[1]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2] 당사자가 어떤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부주의 또는 오해로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있거나 그 주장에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사실심법원이 부담하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의 내용


[3]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믿고 비용을 지출한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그것이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경우, 이에 대하여 이행이익의 한도 내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손해를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와 같이 청구하는 경우, 일실이익의 범위


[4] 甲이 乙과 체결한 임가공계약에 따라 乙이 제공한 원사에 대한 연사 가공작업을 수행한 다음 乙을 상대로 미지급 임가공대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자, 乙이 甲이 작업한 연사에 하자가 있어 손해를 입었다며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乙이 반소장과 그 후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는 계약이 완전히 이행된 것과 동일한 경제적 이익, 즉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반면, 위 준비서면보다 먼저 제출한 종전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는 계약이 이행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그중 어느 것도 명시적으로 철회되지 않은 사안에서, 종전 준비서면의 진술에 의하여 반소장에서 주장하였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에 관한 주장을 철회하고 반소 청구취지를 감축하는 취지인지 등 乙의 주장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밝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라 심리하였어야 하는데도, 위와 같은 석명권 행사 없이 乙이 반소장에서 한 주장을 반소 청구취지 변경 없이 종전 준비서면의 기재와 같이 변경한 것으로 보아 변경된 주장을 바탕으로 甲이 배상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원심판단에는 법원의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2] 법원은 소송사건을 신중하고 충실하게 심리하여 재판의 적정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하고, 이는 올바른 사실의 확정이 전제되어야 가능할 것인데, 사실의 확정은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민사소송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136조 제1항에서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4항에서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실심법원은, 당사자가 어떤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그 주장에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설명 또는 증명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사항을 지적하고 그에 관하여 변론을 하게 하는 등으로 소송관계를 명확하게 할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있다.


[3]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믿고 지출한 비용도 그러한 지출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또 그것이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한다면 그에 대하여도 이행이익의 한도 내에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다만 이러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와 같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중복배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실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4] 甲이 乙과 체결한 임가공계약에 따라 乙이 제공한 원사에 대한 연사 가공작업을 수행한 다음 乙을 상대로 미지급 임가공대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자, 乙이 甲이 작업한 연사에 하자가 있어 손해를 입었다며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乙이 반소장과 그 후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는 계약이 완전히 이행된 것과 동일한 경제적 이익, 즉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반면, 위 준비서면보다 먼저 제출한 종전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는 계약이 이행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그중 어느 것도 명시적으로 철회되지 않은 사안에서,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는 성질상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이거나(민법 제535조 제1항 본문)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이 해지 또는 해제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어서, 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이익(민법 제535조 제1항 단서)인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와는 성립 요건이나 산정방법을 달리하고, 중복배상은 허용되지 않으나 신뢰이익의 배상과 별도로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하여 일실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이 허용될 수 있으므로, 乙이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외에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설령 乙의 손해배상에 관한 주장에 불분명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종전 준비서면의 진술에 의하여 반소장에서 주장하였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에 관한 주장을 철회하고 반소 청구취지를 감축하는 취지인지 등 乙의 주장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밝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라 심리하였어야 하는데도, 위와 같은 석명권 행사 없이 乙이 반소장에서 한 주장을 반소 청구취지 변경 없이 종전 준비서면의 기재와 같이 변경한 것으로 보아 변경된 주장을 바탕으로 甲이 배상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원심판단에는 법원의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사소송법 제136조

[3] 민법 제393조

[4] 민사소송법 제136조, 민법 제39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18762 판결(공2014하, 2168) / [2]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다60207 판결(공2005상, 565),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다39422 판결(공2017상, 330) / [3]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공1992, 1698)



【전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반소피고)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3. 2. 15. 선고 2021나326548, 3265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1876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연사 가공작업의 잘못으로 인하여 이 사건 연사에 하자가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연사의 하자로 인해 피고가 입은 손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피고가 반소장에서 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와 손해의 인정 근거와 산정 방식이 상이하고 손해액 총액이 적은 2021. 8. 31. 자 준비서면의 내용대로 주장한 것으로 보았고, 피고가 위 준비서면에서 한 하자 있는 연사에 대한 임가공대금 채권의 소멸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았으며, 일부 인정된 손해배상채권에 기한 상계항변을 받아들였고 반소청구는 모두 기각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법원은 소송사건을 신중하고 충실하게 심리하여 재판의 적정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하고, 이는 올바른 사실의 확정이 전제되어야 가능할 것인데, 사실의 확정은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민사소송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136조 제1항에서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4항에서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실심법원은, 당사자가 어떤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그 주장에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설명 또는 증명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사항을 지적하고 그에 관하여 변론을 하게 하는 등으로 소송관계를 명확하게 할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있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다60207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다39422 판결 등 참조).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믿고 지출한 비용도 그러한 지출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또 그것이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 내에 속한다면 그에 대하여도 이행이익의 한도 내에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다만 이러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와 같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중복배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실이익은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2019. 5.경 원고가 피고의 원사를 연사가공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그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임가공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9. 6. 12.부터 같은 해 7. 18.까지 피고가 제공한 원사에 대한 연사 가공작업을 수행하였고, 원고가 작업한 수량에 해당하는 임가공대금 29,564,470원 중 피고가 이미 지급한 임가공대금 1,000만 원을 뺀 나머지 19,564,47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9. 12. 24.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고가 한 연사작업에 하자가 있고, 그로 인한 피고의 손해가 임가공대금을 상회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피고는 2020. 7. 28.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반소장에서 이 사건 연사의 하자로 인해 ① 하자 있는 연사로 만든 원단 32,970야드가 불량품으로 판정되었으므로 1야드당 1,941원으로 계산한 63,994,770원, ② 위 원단 중 일부(5,495야드)를 염색가공하는 데 소요된 비용으로서 피고가 ○○섬유에 배상한 4,121,250원, ③ 하자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피고가 원고에게 추가로 제공한 원사의 대금 상당인 6,092,800원 합계 74,208,820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위 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한편 피고는 반소 제기 이후인 2021. 8. 31.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는데, 위 서면에서 이 사건 연사의 하자로 인한 손해액은 ① 하자 있는 연사로 만든 원단(32,070야드, 반소장에서 주장한 것에 비해 900야드 줄어든 면적이다)의 생산에 소요된 원사의 구입비용 45,324,189원, ② 하자 있는 원단의 제직비용 6,927,120원, ③ 위 원단 중 일부(5,495.34야드, 반소장에서 주장한 것에 비해 0.34야드 늘어난 면적이다)를 염색가공하는 데 소요된 비용으로서 피고가 ○○섬유에 배상한 4,121,505원 합계 56,372,814원이고, 원고는 하자 없는 연사에 관한 임가공대금만 청구할 수 있는데 그 금액은 18,892,769원이며, 그중 1,000만 원을 지급받아 남은 임가공대금은 8,892,769원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임가공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47,470,045원(= 56,372,814원 - 8,892,769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법원은 본소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에 기한 상계항변 및 반소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가 한 이 사건 연사가공에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제1심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주장을 반소장 기재와 같이 정리하였고,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한 하자 있는 연사에 관한 임가공대금 채권 소멸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피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피고는 항소장에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반소 청구를 인용해 달라는 내용으로 항소취지를 기재하였다. 이후 피고가 제출한 2022. 1. 4. 자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액의 구체적인 내용은 ① 하자 있는 연사로 만든 원단 32,070야드가 불량품으로 판정되었으므로 1야드당 1,941원으로 계산한 62,247,870원, ② 위 원단 중 일부(5,495.34야드)를 염색가공하는 데 소요된 비용으로서 피고가 ○○섬유에 배상한 4,121,505원, ③ 하자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피고가 원고에게 추가로 제공한 원사의 대금 상당인 6,092,800원 합계 72,462,175원으로서, 피고가 반소장에서 한 주장과 거의 유사하다. 피고는 항소심에서 제출한 주장서면에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한 주장, 즉 하자 있는 원단 생산에 소요된 원사의 구입비용 및 제직비용 상당의 손해 주장, 하자 있는 연사에 관한 임가공대금 채권 소멸 주장 및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 주장을 하지 않았다.


원심은 원고의 본소 청구원인에 관하여 제1심판결과 동일하게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연사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 본소 청구에 대한 상계항변 및 반소 청구를 한 것으로 보면서, 손해배상채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는 피고가 반소장에서 한 주장을 반소 청구취지 변경 없이 2021. 8. 31. 자 준비서면의 기재와 같이 변경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원고의 이 사건 연사작업에 하자가 있다고 인정한 후 원고가 배상할 손해배상액을 위와 같이 변경된 주장을 바탕으로 11,553,179원으로 산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은 제1심판결의 본소에 대한 부분 중 상계로 소멸하고 남은 8,011,291원(= 19,564,470원 - 11,553,17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본소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반소에 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심도 제1심판결과 마찬가지로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한 하자 있는 연사에 관한 임가공대금 채권 소멸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3) 피고가 반소장 및 2022. 1. 4. 자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는 계약이 완전히 이행된 것과 동일한 경제적 이익, 즉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에 반해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이 이행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는 그 성질상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이거나(민법 제535조 제1항 본문)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이 해지 또는 해제되는 경우(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등 참조)에 인정되는 것이어서, 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이익(민법 제535조 제1항 단서)인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와는 성립 요건이나 산정방법을 달리한다. 피고는 자신이 입은 손해에 관하여 법적 성격을 달리하는 두 개의 주장을 하였고, 그중 어느 하나를 명시적으로 철회한 바 없으며, 특히 2021. 8. 31. 자 준비서면의 제출 및 진술 이후에도 항소장과 2022. 1. 4. 자 준비서면의 제출 및 진술을 통하여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한편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중복배상은 허용되지 않으나, 신뢰이익의 배상과 별도로 제반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하여 일실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이 허용될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판결에서 판단한 것과 달리 피고는 적어도 반소장 등의 진술을 통하여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한편 2021. 8. 31. 자 준비서면의 진술을 통하여 신뢰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역시 선택적으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설령 피고의 손해배상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위 준비서면의 진술에 의하여 반소장에서 주장하였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에 관한 주장을 철회하고 반소 청구취지를 감축하는 취지인지 여부 등 피고 주장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밝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라 심리하였어야 한다.


4) 피고는 답변서와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자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의 임가공 대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반소장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전액의 지급을 구하였다. 피고는 답변서 및 2021. 8. 31. 자 준비서면을 제외하고는 상계항변과 반소 청구원인 중 중첩되는 부분의 관계를 포함하여 상계항변에 관한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 한편 피고는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반소 청구에 따라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위와 같이 상계하고 남은 금액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위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액은 반소장, 제1심판결, 항소장 및 2022. 1. 4. 자 피고 준비서면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청구액과 발생 근거와 총액이 다르며,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수동채권인 원고의 임가공대금 채권 역시 하자 없는 연사 부분에 한정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주장하였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손해액 전부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 제기에도 불구하고 상계항변을 유지하는지 여부, 유지한다면 상계항변과 반소 청구와의 관계, 상계항변의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구체적인 내용과 금액 등에 관한 피고 주장을 보다 분명히 밝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에 따라 심리하였어야 한다.


5) 피고는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원고의 본소 청구에 대하여 하자 있는 연사 부분에 관한 임가공대금 채권은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 사건 계약이 전부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하자 있는 연사로 제직한 원단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 반소장의 주장과는 양립하기 어려우나, 하자 있는 연사 부분에 관한 이 사건 계약의 효력 상실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의 계약 이행을 믿고 지출한 비용 상당의 배상을 구한 위 준비서면의 주장과는 양립이 가능하다. 그런데 원심은 위 준비서면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청구 주장을 판단하면서도 피고의 위 임가공대금 채권 소멸 주장에 관하여는 판단을 누락하였다.


6) 결국 원심판결에는 피고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한 상계항변과 반소 청구, 임가공대금 채권 소멸 주장 등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법원의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피고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한 상계항변과 반소 청구, 임가공대금 채권 소멸 주장 등에 관한 석명권 불행사 및 심리미진의 파기사유는 원피고의 본·반소 청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지만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