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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위조·위조증거사용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도26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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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5-16

본문

【판시사항】


[1] 증거위조죄에서 말하는 ‘증거’의 의미 / 형 또는 징계의 경중에 관계있는 정상을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가 증거위조죄의 증거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 증거위조죄에서 말하는 ‘위조’의 의미 / 사실의 증명을 위해 작성된 문서가 그 사실에 관한 내용이나 작성명의 등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경우, ‘증거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서 허위의 주장에 관한 증거로 제출되어 그 주장을 뒷받침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위조죄에서 말하는 ‘증거’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이나 법원 또는 징계기관이 국가의 형벌권 또는 징계권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를 뜻한다. 따라서 범죄 또는 징계사유의 성립 여부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형 또는 징계의 경중에 관계있는 정상을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까지도 본조가 규정한 증거에 포함된다.


[2]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여기서의 ‘위조’란 문서에 관한 죄의 위조 개념과는 달리 새로운 증거의 창조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실의 증명을 위해 작성된 문서가 그 사실에 관한 내용이나 작성명의 등에 아무런 허위가 없다면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서 허위의 주장에 관한 증거로 제출되어 그 주장을 뒷받침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55조 제1항

[2] 형법 제155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2도3600 판결(공2007하, 1195),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9827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0. 1. 30. 선고 2019노7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4.경 ○○시 (주소 생략)에 있는 ○○교도소에서 의뢰인인 공소외 1을 접견하면서 ‘주식회사 공소외 2(이하 ‘공소외 2 회사’이라 한다) 측으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한 것으로 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반환할 돈이 없으니 공소외 2 회사 측에 돈을 입금한 후 돌려받고 이를 반복하며 돌려막기를 하는 방법이 있다.’는 취지로 조언하였고, 공소외 1은 이를 수락하였다.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지인인 공소외 3을 통해 ‘공소외 2 회사 측에 연락한 결과 돈을 보내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듣고, 공소외 3으로 하여금 공소외 1의 누나인 공소외 4에게 공소외 2 회사 명의 △△은행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하였다. 공소외 4는 2018. 5. 18.경 7,000만 원을 공소외 2 회사 명의 △△은행 계좌로 이체한 후 그 즉시 공소외 2 회사 측으로부터 공소외 4 명의 □□은행 계좌로 위 7,000만 원을 반환받았으며, 이어서 같은 방법으로 2018. 5. 24. 5,000만 원, 2018. 5. 30. 3,000만 원, 2018. 6. 1. 2,000만 원, 2018. 6. 7. 6,000만 원, 2018. 6. 14. 7,000만 원, 2018. 6. 26. 2,000만 원, 2018. 6. 29. 3,000만 원을 각 공소외 2 회사 명의 △△은행 계좌로 입금한 후 그 즉시 공소외 4 명의 □□은행 계좌로 반환받아 그 무렵 위와 같이 허위로 만든 입금자료를 피고인에게 팩스로 송부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공소외 2 회사 측에 반환한 금원이 전혀 없음에도 공소외 1이 공소외 2 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3억 5,000만 원을 공소외 2 회사 측에 모두 반환하였다며 2018. 6. 20.경 공소외 1의 항소심 재판부에 위와 같이 공소외 4로부터 받은 종합전표 1장, 입금확인증 5장(반환금 합계 3억 원)을 제출하고, 이어서 2018. 6. 25. 같은 재판부에 공소외 1이 수수한 알선 대가를 전액 반환하였으니 감형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기재된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였으며, 2018. 7. 2.경 같은 재판부에 입금확인증 2장(반환금 합계 5,000만 원)을 추가로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 1의 형사사건에 관한 양형증거를 위조하고 그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형법 제155조 제1항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에는 범죄의 성부에 관한 자료는 물론 양형에 관한 자료가 포함되고, 피고인이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 2 회사 명의 은행 계좌에 금원을 송금한 후 다시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공소외 4와 공소외 2 회사 사이에 무의미한 입출금 내역을 발생시킨 후, 전체 거래 내역 중 일부인 입금내역만을 발췌하여 법원에 양형자료로 제출한 행위는 ‘공소외 1이 공소외 2 회사에 3억 5,000만 원을 반환하여 공소외 2 회사가 이를 모두 수령하였다.’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증거로서 허위의 요건사실에 부합하는 내용과 가치를 지닌 기존에 없던 부진정한 자료를 작출한 행위이므로 증거를 ‘위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위조죄에서 말하는 ‘증거’라 함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이나 법원 또는 징계기관이 국가의 형벌권 또는 징계권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를 뜻한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2도360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범죄 또는 징계사유의 성립 여부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형 또는 징계의 경중에 관계있는 정상을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까지도 본조가 규정한 증거에 포함된다.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형법 제155조 제1항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에 양형자료가 포함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위조죄에서 위조의 대상인 ‘증거’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그러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증거위조죄의 ‘위조’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여기서의 ‘위조’란 문서에 관한 죄의 위조 개념과는 달리 새로운 증거의 창조를 의미한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2도3600 판결 참조). 그러나 사실의 증명을 위해 작성된 문서가 그 사실에 관한 내용이나 작성명의 등에 아무런 허위가 없다면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가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서 허위의 주장에 관한 증거로 제출되어 그 주장을 뒷받침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13조 제1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명확하여야 하고,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명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참조).


(나) 형법상 증거위조죄는 국가의 사법기능, 그중에서도 형사재판 및 징계심판 기능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 그러나 사법절차를 담당하는 관련자들의 직무 집행이나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사법방해죄와 달리, 형법 제155조 제1항은 증거를 멸실, 은닉, 위조,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증거위조죄에서의 ‘위조’의 개념이 문서위조죄에서의 그것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나 작성명의, 작성일자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증거를 위조되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그 자체에는 아무런 허위가 없는 증거라도 허위의 주장과 결합되어 허위의 사실을 일부 뒷받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목적으로 원래는 다른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가 작성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허위 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내용과 작성명의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증거를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률 문언이 가진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 부당하게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다) 본조가 규정한 ‘증거의 위조’란 ‘증거방법의 위조’를 의미하므로, 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증거방법 자체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그것을 통해 증명하려는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 여부에 따라 위조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제출된 증거방법의 증거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권한과 의무는 법원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제출한 이 사건 입금확인증이 해당 금원을 공소외 2 회사 측에 모두 반환하였다는 허위의 주장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에 허위가 없는 이상 이를 허위의 주장과 관련지어 ‘허위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증거위조죄의 적용대상인 ‘증거’에는 범죄의 성립에 관한 증거 외에 양형의 기초가 되는 정상관계 사실에 관한 증거도 포함된다. 그런데 양형의 기초가 되는 정상관계 사실은 매우 복잡하고 비유형적일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7조가 규정한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실제 재판에서는 범행의 동기나 범행 이후의 정황 등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양형자료 외에 피고인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자라온 환경 등에 관한 다양한 양형자료가 공판절차 진행 중에는 물론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도 빈번하게 제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증거의 다양성, 양형심리에 관한 재판실무에다가 앞서 본 확장해석금지의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형법 제155조 제1항이 규정한 ‘위조’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처벌 범위의 불안정·불명확으로 인해 피고인 등의 방어권 행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마) 물론 증거 자체에는 아무런 허위가 없으나 그 증거가 허위 주장과 결합하여 허위 사실을 증명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행위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구성요건을 신설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 제155조 제1항이 규정한 ‘증거위조’의 의미를 확장해석하는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공소외 4 명의 □□은행 계좌에서 공소외 2 회사 명의 △△은행 계좌에 금원을 송금하고 다시 되돌려받는 행위를 반복한 후 그중 송금자료만을 발급받아 이를 3억 5,000만 원을 변제하였다는 허위 주장과 함께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형법상 증거위조죄의 보호법익인 사법기능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제출한 입금확인증 등은 금융기관이 금융거래에 관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서 그 내용이나 작성명의 등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이상 이를 증거의 ‘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위조한 증거를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155조 제1항이 규정한 증거의 ‘위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