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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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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5-03

본문

【판시사항】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경우,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甲의 딸 乙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자, 甲이 丙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乙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결요지】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甲의 딸 乙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자, 甲이 丙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乙이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고, 만약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는데, 乙을 치료하였던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및 그 바탕에 있는 의학적 판단 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乙이 자살할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거나 충동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乙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참조조문】


[1]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2]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3]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 민법 제16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공2011상, 1018),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공2015하, 1033) / [3]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19624 판결(공2008하, 1678)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7. 10. 27. 선고 2017나5515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 면책사유의 해당 여부 


가.  관련 법리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2) 신체적 및 정신적, 행동적인 변화로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는 기분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는 우울장애라고 할 수 있고, 정신의학에서는 우울한 상태란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이렇게 기분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라고 하며,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여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한다.


3)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매뉴얼 제5판(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은 주요우울장애에 대해서, ①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될 것, ②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등을 포함한 9개의 인지, 행동, 신체적 증상을 제시하면서, ‘① 또는 ②가 포함된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라고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하나의 증상으로 포함되어 있고, 한편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에 대해 주요우울장애에서 주요우울삽화의 발병과 한 해의 일정한 기간 사이에 규칙적인 시간관계가 있을 것 등의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4)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는 DSM-5에서 언급한 증상의 개수 등을 고려하여 우울장애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울병 에피소드가 뚜렷하며 의기소침, 특히 자부심의 소실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충동이나 행위가 일반적이며 많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고도(중증)로 보고 있다.


5) 위와 같이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의 경위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딸인 망인(출생연도 생략)은 2004년경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는데, 2006. 10.경 학부모의 폭언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2008. 10.경 우울증 진단과 함께 약 2달간 치료를 받게 된 이후부터 매년 가을 무렵 우울증을 호소하여 이듬해 봄까지 월 1회 가량 그에 대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아왔다.

나) 망인은 2011. 9. 말경부터 전신에 발병한 홍반성 구진 등의 피부병과 간 수치 악화 등으로 입원ㆍ통원 치료를 계속하다가, 2011. 10. 12. 퇴근 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 앞서 ‘망인이 공무상 질병인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거부당하자 그 무렵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그 지급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과정에서 망인이 자살할 무렵 정신과 주치의를 몇 차례 찾아가, 학교 업무로 인해 제대로 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을 밝히면서 ‘죽고 싶다.’거나 ‘간 수치나 피부병 등은 별로 관심이 없고 불안하고 힘든 것이 먼저다.’라는 취지의 상담을 하였던 사실이 밝혀졌다.


라) 망인의 정신과 주치의는 위 소송에서 제1심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망인은 2006년 사건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2개월 정도 힘들어했다고 하는데 그 기간이면 이를 첫 번째 우울증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후 같은 계절이 되면 우울증상이 반복되어 계절성 양상의 재발성 주요 우울병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망인은 2011. 10. 4. 상담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하필 10월이어서 이전의 우울증상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심했던 것으로 생각되고 이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인지왜곡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다. 자신이 2011. 10. 10. 망인에게 학교 제출용 소견서를 써주며 재입원을 강력히 권유한 이유 중 하나는 어떻게든 치료 유지가 될 수 있도록 시간적ㆍ환경적인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절망적이고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지왜곡 증상에 맞서 망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치의가 최소한 한 명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망인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라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마) 위 행정소송의 제1심과 항소심은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망인은 공무 수행 중에 발생한 2006년 사건으로 인하여 극도의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상처를 받아 최초 우울증이 발병한 이래 매년 위 사건이 있었던 가을이 되면 우울증이 재발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는데, 2011년 가을 무렵 피부질환과 간 수치 이상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학교 업무에 복귀하여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과 압박감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차에 기존의 우울증까지 재발함으로써 인지왜곡 증상까지 겹쳐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되고, 위와 같은 우울증의 발병 경위, 우울증의 발현 빈도와 치료기간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증상의 정도, 자살 무렵 망인의 신체적ㆍ정신적 상황, 망인이 학교 업무에 느꼈던 부담의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망인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는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 등을 모두 참작해 보면, 망인은 질병 치료와 학교 업무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갈등하다가 공무수행 중에 발병하였던 우울증이 재발함으로써 정신적인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시하면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였고(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두10608 판결), 환송 후 항소심에서 위 대법원판결과 같은 취지의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 및 확정되었다.


2) 원심은 위 행정소송 확정 후 판결을 선고하면서도, 사망 전날 정상적으로 출퇴근하였고, 사망 당일에도 특이한 행동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후 늦게 거주지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망인의 심리상태가 급격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극도의 흥분상태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약관상 보험자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을 치료하였던 정신과 전문의의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견해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었고, 그 견해에 의할 때 망인은 2006년 학급 내 문제로 우울장애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겪은 후 매년 10월경을 전후하여 우울삽화가 발생하는 등 망인이 자살할 즈음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 상태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원심은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및 그 바탕에 있는 의학적 판단 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망인이 자살할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거나 충동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망인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정한 후,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보험자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를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가.  관련 법리


1)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19624 판결 등 참조).


2) 이른바 단체보험에서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 내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만 보험증권을 교부하고, 피보험자인 구성원 개인에 대하여는 보험증권을 교부할 필요가 없다(상법 제735조의3, 제739조). 따라서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려는 상속인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개인보험보다 보험계약의 존재와 보험계약 내용을 파악하여 보험금 청구요건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3) 보험약관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요건에 관하여 ‘피보험자의 고의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는 보험자가 면책되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보험자의 면책사유 및 그 예외사유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주요우울장애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려는 상속인은 사망 사실뿐 아니라 약관상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보험금 청구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위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들이 2011년 광주광역시교육청과 사이에 망인 등 그 소속 공무원들을 피보험자로 한 공무원 단체상해보험계약의 방식으로 체결되었다.


나) 망인은 목을 매어 자살하였고, 유서를 남기지 아니하였으며, 이 때문에 망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한 경찰 역시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자살’로 내사종결 처리하였다.


다) 원고는 2012. 2.경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망인의 자살이 공무상 생긴 우울증으로 인한 것임을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 지급을 구하였으나 거부당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2016. 2. 26.에 이르러서야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라) 원고는 2016. 8.경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망인이 사망한 날이라고 보아 그로부터 2년이 경과한 이 사건 보험금지급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이 사망하였을 당시에는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인 원고가 이를 알 수 있거나 그 소명자료를 갖추기 어렵다고 볼 사정들이 존재한다. 원고가 망인의 자살 당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존재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거나 상당히 곤란하였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원고가 망인이 공무상 생긴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하고 이어 행정소송도 제기하였던 이 사건에서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이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정한 후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보험자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부분은 잘못이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부분이 정당한 이상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