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산)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9다2084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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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4-21본문
【판시사항】
[1]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의 가동연한을 만 65세까지로 보는 것이 경험칙상 합당한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일반육체노동이 아니라 특정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가동연한을 인정하는 기준
[3]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의 의미
【참조조문】
[1] 민법 제396조, 제763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432조
[2] 민법 제393조, 제750조, 제763조
[3] 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8다227551 판결(공2018하, 1843) / [2]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상, 781),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100920 판결(공2011상, 1142) / [3] 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공1982, 877),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공2007하, 1742)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피고, 피상고인】
서연이엔지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서연)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9. 1. 16. 선고 2018나3052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 및 향후치료비 손해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과실상계와 책임제한에 관하여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는 공평이나 신의칙의 견지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으로, 이때 고려할 사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과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지 등을 포함한다.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8다227551 판결 참조).
원심은, 사고 위험이 높은 금형수리 업무를 하면서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에 임한 원고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그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실상계 내지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가동연한에 관하여
가.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5세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일반육체노동이 아니라 특정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하여 사실심법원이 가동연한을 인정할 때에는,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피해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10092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금형수리 업무에 종사해온 원고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이제 경험칙상 인정되는 육체노동 종사자의 가동연한이 만 65세라는 점에 비추어, 앞서 본 제반 사정을 조사하고 원고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고려하여 금형수리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원고의 가동연한을 인정하여야 한다. 원심은 위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변론을 종결하여 선고한 탓에, 위와 같은 사정을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원고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원심은 이 사건 사고 이전 3개월간 평균임금을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고의 월 소득으로 인정하였는바, 기록상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55세였으나 원심 변론종결 전인 2017. 3. 14. 60세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가 되는 월의 말일’로 정하고 있으므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정년 이후 가동연한까지 이 사건 사고 당시와 같은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밝혀둔다.
3.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대한 향후치료비에 관하여
가.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을 실시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소외인은 제1심 계속 중인 2017. 8. 9.자 신체감정서에서 원고와 같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신경치료, ② 약물치료, ③ 물리치료, ④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 등을 시행하는데, 원고의 경우 먼저 신경치료(경추 및 흉추에 대한 신경 차단술 등)를 시행해볼 수 있고, 이로 인한 통증 감소가 효과적이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을 시행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은 시험적 삽입술을 하여 통증이 50% 이상 호전되어야 영구적 삽입술을 실시하는데, 환자마다 반응이 달라 시험적 삽입술을 먼저 시행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2) 원고는 위 병원에서 3회에 걸쳐 신경치료(경추 및 흉추에 대한 신경차단술 등)를 받았고, 그 후 원심은 원고의 치료경과 등에 대해 사실조회를 하였는데, 의사 소외인은 원심 계속 중인 2018. 10. 29.자 사실조회 회신에서 ‘원고에 대한 치료는 종결되지 않았다. 신경 차단술은 지속효과가 짧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경구 약물 투여로 통증을 조절 중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고 있고 현재 초기보다 2배 이상 증량된 상태이다. 향후 경구 약물로만 통증을 조절할 시 용량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원고에게 최후 수단인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은 2단계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시험적 삽입술이고 이때 통증의 감소가 50% 이상일 때 두 번째 단계인 영구적 삽입술을 시행한다. 원고에게는 우선 시험적 삽입술이 필요하고 유의미한 통증감소가 있을 때 영구적 삽입술이 필요하다. 시험적 삽입술을 시행하기 전까지는 통증감소 효과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향후치료비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원고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치료를 위해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이 필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비용을 향후치료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 전에 이미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신경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신경치료(경추 및 흉추에 대한 신경차단술 등)는 원고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초기보다 2배 이상 증량한 경구 약물을 투여하여도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신경치료 및 약물치료만으로 별다른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에 대해서는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을 시행해볼 수 있는데, 원고에 대한 감정의도 그 시술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원고에게 먼저 시험적 삽입술을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기록상 이러한 감정의의 의견에 모순이 있거나 이와 배치되는 다른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이 원고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의한 통증 및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지(이를 판단하기 위해 적어도 원고는 시험적 삽입술을 받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영구적 삽입술)을 받게 되면 원고에게 향후 어떤 치료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필요하며 그 소요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심리한 다음 그에 근거하여 원고의 향후치료비 손해액을 산정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척수신경 자극기 삽입술의 필요성에 관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는데도 이를 섣불리 배척하고 원고에게 이러한 치료행위가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한 후 이를 기초로 원고의 향후치료비를 산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향후치료비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 및 향후치료비 손해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