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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대금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3060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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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4-14

본문

【판시사항】


[1]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이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지 여부(적극) /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곳이 영업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인지 여부(적극)


[3]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이유 /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국제재판관할에서 예측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 / 법인인 피고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를 두고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를 제기하리라는 점에 관하여 예측가능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5] 국제재판관할권이 병존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6] 甲 중국 회사가, 乙 주식회사가 중국법에 따라 설립한 丙 중국 회사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丙 회사에 물품을 공급한 후 물품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자, 乙 회사를 상대로 丙 회사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법원에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소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2] 국제사법 제2조, 민사소송법 제2조, 제5조 제1항

[3] 국제사법 제2조, 민사소송법 제11조

[4]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5]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6] 국제사법 제2조, 국제사법 제5조 제1항


【참조판례】


[1][2][3][4][5]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공2019하, 1357) / [1]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공2005상, 294),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공2021상, 512)



【전문】


【원고, 상고인】


금화시춘광고무호스유한회사


【피고, 피상고인】


한미실업 주식회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8. 4. 12. 선고 2017나584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국제재판관할의 판단 기준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재재판관할의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 참조).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위 대법원 2016다33752 판결 참조).


민사소송법 제2조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5조 제1항 전문은 “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보통재판적은 이들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 따라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원고에게 피고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므로,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곳은 영업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한편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것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민사소송법 제11조에서 재산이 있는 곳의 특별재판적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으므로,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예측가능성은 피고와 법정지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어서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만일 법인인 피고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를 두고 영업활동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법률의 적용과 해석 등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위 대법원 2016다33752 판결 참조).

 

2.  사실관계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에 따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 회사이고, 피고는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 회사이다.

 

나.  피고는 미화 500,000달러를 출자하여 2000. 9. 29. 중국법에 따라 천진한미전자유한공사(이하 ‘천진한미전자’라 한다)를 중국에서 설립하였고, 현재 천진한미전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  원고는 중국 회사인 천진한미전자와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물품을 공급한 다음 물품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천진한미전자의 주주인 피고가 중국 회사법(이는 ‘中華人民共和國公司法’을 가리킨다)에 따라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소가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3.  원심판결의 당부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과 같이 이 사건에 관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부정하였다.


이 사건은 원고가 천진한미전자와 체결한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물품을 공급했는데도 그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중국 회사법 규정에 따른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므로, 일차적으로 분쟁이 되는 사안은 천진한미전자의 원고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의 존재와 그 액수 등이다.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인 원고와 천진한미전자는 모두 중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 회사이고, 계약의 체결, 물품 공급과 대금 지급 등이 중국에서 이루어졌으며, 관련 서류가 모두 중국어로 작성되어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이 대부분 중국에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민사소송법상 특별재판적도 인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분쟁 및 계약당사자인 원고와 천진한미전자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대한민국과 실질적인 관련성이 없는 원고와 천진한미전자 사이의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분쟁에 대하여 천진한미전자의 주주가 대한민국 회사이고 그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재판관할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침해할 수 있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법원과 해당 소송의 당사자 또는 그 분쟁이 된 사안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원고는 천진한미전자와 사이의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미지급 물품대금의 지급을 천진한미전자의 1인 주주인 피고에게 구하고 있는데, 피고의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다. 설령 채무자인 천진한미전자가 중국 법인이고 물품공급계약의 체결지와 이행지가 중국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분쟁이 된 사안과 당사자가 대한민국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피고의 소송상 편의와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편 이 사건 분쟁이 된 사안인 물품대금 지급 청구에 대한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고, 피고가 소송상 방어에 필요한 자료를 중국에서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천진한미전자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로서 자회사인 천진한미전자의 물품대금 채무에 관한 자료 등을 확보하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또한 피고는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대한민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소송을 수행하는 데 중국 법원보다 대한민국 법원이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중국 회사인 원고는 중국에서 이루어진 물품 거래관계에 따른 물품대금 지급 소송을 대한민국에서 진행할 경우 증거의 수집과 제출, 소송수행 등에서 지리적, 언어적 불편함을 겪게 된다. 그런데도 원고가 소송수행과 관련하여 지리상·언어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스스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이러한 의사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예측가능성은 피고가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천진한미전자의 1인 주주인 피고로서는 천진한미전자가 물품대금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대한민국 법원에 천진한미전자의 물품대금 채무와 관련한 소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천진한미전자에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액수에 대한 심리는 영수증, 결산서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할 수 있고, 그 증명이 부족할 경우 이 사건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원고의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반드시 중국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으므로 원고가 승소할 경우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재판의 적정과 신속 이념에 부합한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준거법은 어느 국가의 실질법 질서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인 반면, 국제재판관할권은 분쟁이 된 사안에 대하여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에 비추어 어느 국가의 법원에 재판관할을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이 둘은 서로 다른 이념에 따라 지배된다. 국제재판관할권은 준거법에 따라서만 결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중국 회사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 사이의 실질적 관련을 부정할 수는 없다(위 대법원 2017므12552 판결 참조).

 

다.  그런데도 제1심과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의 이 사건 소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없다고 보아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민사소송법 제425조, 제418조 본문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제1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