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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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3-06본문
【판시사항】
[1]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 및 침입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甲, 乙이 운영하는 각 음식점에서 인터넷 언론사 기자 丙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丙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감으로써 甲, 乙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각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다른 손님인 丙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나)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나 불법행위 등(이하 ‘범죄 등’이라 한다)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이 침입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은 그 의미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예측할 수 없게 되어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특히 명확성 원칙으로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
(나)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는 원칙적으로 거주자의 의사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검토하고, 침입의 두 판단 기준인 ‘거주자의 의사’와 ‘사실상 평온 침해’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론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거주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둘째,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고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셋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에 침입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는 성립할 수 없다.
넷째,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2]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甲, 乙이 운영하는 각 음식점에서 인터넷 언론사 기자 丙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丙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감으로써 甲, 乙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丙을 만나 식사하기에 앞서 丙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각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미리 들어간 다음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고 그 작동 여부를 확인하거나 丙과의 식사를 마친 후 이를 제거하였는데, 피고인들이 각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다른 손님인 丙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이어서 음식점 영업주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어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19조 제1항
[2] 형법 제30조, 제31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공1997상, 1289)(변경),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하, 1970)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7. 10. 25. 선고 2017노112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15. 1. 24.과 같은 달 26일 피해자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음식점 및 2015. 1. 29.과 2015. 2. 12. 피해자 공소외 2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기자인 공소외 3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공소외 3이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침입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고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고, 비록 피고인들이 음식점의 방실에서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하는 것에 대하여는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와 같은 녹음·녹화행위가 불법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이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 자체가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검사의 상고이유 요지
대법원은 종전에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등 참조). 즉,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경험칙상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출입 목적이 불법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일반인의 출입이 포괄적으로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출입이 통상의 이용 목적을 벗어났다면 영업주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이 사건 각 음식점의 영업주인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할 목적 등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고,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 것은 음식점의 통상적인 이용 목적을 벗어난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 것은 영업주인 피해자들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한다.
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범죄나 불법행위 등(이하 ‘범죄 등’이라 한다)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나.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례 변경의 범위
이와 달리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간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4 회사는 광양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있는 철송장에 목재펠릿 등 보세화물을 보관하고 이를 화력발전소에 운송해 주는 회사이고, 피고인 1은 위 회사의 부사장, 피고인 2는 위 회사의 관리팀장이다.
2) 인터넷 언론사인 ‘(회사명 생략)’의 소속 기자 공소외 3은 2015. 1. 21. 위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수입금지 품목인 왕겨펠릿이 목재펠릿으로 둔갑하여 광양항에 수입되어 화력발전소에 납품되었고, 광양세관이 적발·압류하여 철송장에 보관 중인 왕겨펠릿은 썩어 곰팡이가 핀 상태로 방치되어 환경오염 피해도 심각한데 압류품에 대한 관리감독과 환경 피해에 따른 책무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으며, 불법 수입된 왕겨펠릿을 보관하는 철송장에 대한 관리 업체는 이를 수입한 업체의 하도급업체로 보여 향후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3) 피고인들은 공소외 4 회사가 관리하는 철송장에 보관 중인 수입펠릿을 상·하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면서 기자들이 찾아오고 위와 같은 기사가 게재되자, 기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기자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장면 등을 녹음·녹화하여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로 하였다.
4) 피고인 1은 2015. 1. 24.과 같은 달 26일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방실 및 2015. 1. 29.과 2015. 2. 12. 공소외 2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방실에서 위와 같은 기사를 게재한 공소외 3을 만나 식사를 하기에 앞서 공소외 3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미리 들어간 다음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였고, 피고인 2도 위 각 일시에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다음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설치된 녹음·녹화장치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거나 공소외 3과의 식사를 마친 후 이를 제거하였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음식점의 방실에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이를 제거하는 것에 대하여는 승낙을 받지 않았다.
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음식점의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들이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내용과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간 것이어서 음식점의 영업주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위 각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이 침입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은 그 의미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예측할 수 없게 되어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특히 명확성 원칙으로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는 원칙적으로 거주자의 의사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검토하고, 침입의 두 판단 기준인 ‘거주자의 의사’와 ‘사실상 평온 침해’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아가 주거침입죄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러한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본 다음,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에 대하여 판단하고자 한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거주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둘째,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고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셋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에 침입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는 성립할 수 없다.
넷째,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나.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침입은 거주자의 승낙 없이 함부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고, 승낙은 들어오라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판례의 일반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90. 3. 13. 선고 90도173 판결,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도3336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2595 판결 등 참조).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주거권이라고 보는 입장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도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침입의 의미에 관해서는 의사침해설이 형법학계의 통설이다. 절도죄(형법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절취가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물건을 가져감’을 뜻하는 것처럼, 주거침입죄에서도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핵심적인 징표이다.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주거에 침입한 것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사는 집에 그 사람의 승낙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두 사람이 사는 집에 둘 중 한 사람의 승낙만을 받고 들어간 경우에는 어떠한 요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지 의견이 나뉠 수 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이 배우자의 부재중에 혼외성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제3자를 들어오라고 한 사안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 한정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이 판결에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가 주거침입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새롭게 등장하였다.
이 판결이 공동주거권자 사이에 의사나 이익이 충돌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례에서 주거침입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선언하였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 관한 다른 사례들에서 이 법리가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판결에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은 제3자가 주거에 들어오라고 하거나 적어도 들어오는 것을 승낙하였고, 부재중인 다른 공동주거권자인 배우자는 이에 반대할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기초로 하고 있다. 부재중인 공동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는 현장에 있는 다른 주거권자의 명시적인 승낙에 우선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재중인 공동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적인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여전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판례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모순 없이 이해하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기초로 하고 이와 함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가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배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도 종래 침입의 의미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침해설을 취한 많은 대법원판결(대법원 1955. 12. 23. 선고 4288형상25 판결,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293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7186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21323 판결 등 참조)을 폐기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거주자의 의사는 여전히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임을 알 수 있다. 위 대법원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피고인들이 공동주거권자와 함께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부탁을 받고 집에 머무르고 있던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집에 들어갔는데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피고인들의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과 이용행위가 승낙한 공동주거권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과 이용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로 인정하게 되면 공동주거권자가 서로 용인한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든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이라는 의사와 공동주거권자가 서로 용인한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한다면, 폐기 대상인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과 유지되는 대법원 1967. 12. 19. 선고 67도1281 판결을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위 대법원 95도2674 판결은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들어간 사안이고, 위 대법원 67도1281 판결은 대리시험에 응시할 목적으로 시험원서를 접수한 다음 관리자의 출입 승낙을 받아 시험장에 출입한 사안이다. 이 두 사안 모두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음식점이나 시험장에 출입하였다고 볼 수 없다. 위 대법원 67도1281 판결의 사안에서 대리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기망과 위계를 사용하여 출입자격을 속였다는 점을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는 관리자가 출입 승낙이라는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착오에 빠진 경우와 구별할 수 있는 요소일 수는 있어도 사실상 평온상태를 침해하는 요소는 아니다.
형법 제319조는 제1항의 주거침입죄 바로 다음에 제2항으로 퇴거불응죄를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주거 등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한다. 퇴거불응죄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의사에 반하여 퇴거를 불응하는 것 자체가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깨뜨린다고 보아야 한다. 퇴거불응죄의 성립 여부를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에 따라 판단하면, 이미 주거지에 들어와 머물고 있던 사람에 대해서는 퇴거불응죄가 성립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침입죄와 퇴거불응죄를 하나의 조문에서 규율하고 있고 그 보호법익도 통일적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인 침입도 퇴거불응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 주거침입죄의 두 가지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거주자의 의사’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 어떠한 관계에 있다고 볼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는 거주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거주자는 주거에 대한 출입이 자신의 의사대로 통제되고 지배·관리되어야 주거 내에서 평온상태를 누릴 수 있는데,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 또는 출입 통제 방식은 거주자의 의사와 그 표현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위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을 상정할 수 있을까? 이는 기본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이를테면 거주자의 출입 승낙이 있었으나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 즉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거나 출입문이 아닌 창문 등을 통하여 출입한 경우를 위와 같은 예로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출입방법이 거주자가 한 승낙의 내용과 범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이 거주자가 한 승낙의 내용과 범위를 벗어났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므로 침입에 해당한다. 이렇듯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는 여전히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형법이 정한 구성요건적 행위는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견이 침입에 관한 의미로 제시하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어떠한 출입행위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인지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사안에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위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참조). 반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그 의미와 판단 기준이 명확하다. 이러한 점에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지를 함께 고려하여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라.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몇 가지 사안으로 구분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함과 동시에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이것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전형적인 경우로서, 이를테면 거주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정상적이지 않은 출입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지 않는 모습으로 주거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빈집에 주인 몰래 들어간 경우에는 주인의 의사에 반하므로 평온상태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 위와 같은 사안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셋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침입을 한다.’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거주자의 출입 승낙을 받았으나 승낙의 내용이나 범위를 넘어선 방법으로 출입하였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지도 않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마.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먼저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을 승낙했는데도 그의 추정적 의사가 승낙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있었던 이상 가정적 의사는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한 사람이 명시적이고 현실적으로 승낙을 한 경우에는 그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할 여지가 없다. 공동주거권자 중 부재중인 사람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하는 것은 그의 명시적, 현실적 의사가 없기 때문이고, 부재중인 공동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나 가정적 의사가 현장에 있는 다른 주거권자의 명시적, 현실적 승낙에 우선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주거권자에 관한 법리를 거주자가 한 사람만 있는 사안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출입을 승낙한 이상,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거주자의 승낙 자체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이나 폐기 대상인 대법원 95도2674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음식점의 방실에 녹음·녹화장치나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갔더라도 음식점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들어가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녹음·녹화장치나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하는 행위’이므로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여 음식점의 방실에 침입하였다고 볼 수 없다.
거주자가 출입을 승낙한 사안에서 행위자의 출입 목적 등과 같은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승낙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거주자가 승낙했는데도 그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까지 승낙의 유효성을 부정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출입 목적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주거에 출입한 경우, 출입 목적이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와 상관이 없다. 주거침입죄는 출입 목적에 해당하는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출입 목적의 불법성 여부에 따라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게 되면, 출입 이후에 범죄 목적이 생긴 경우와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소에 좌우되어 실질적으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할 우려가 있고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게 된다.
요컨대,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거주자가 행위자의 진정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주거침입죄는 구성요건이 명확한 범죄로서 출입 목적의 존부와 증명 여부에 따라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다르게 보아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바.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의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음식점의 방실에서 다른 손님인 공소외 3과의 대화 장면을 녹음·녹화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장치의 작동 여부 확인 및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가 공소외 3과 식사를 하면서 위 장치로 공소외 3과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의 방실에 들어갔으므로, 설령 위 각 음식점의 영업주가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영업주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삼아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음식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의 방실에 출입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 의견은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이 사건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한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보충의견에서는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특히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침입 여부의 판단 기준인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평가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가.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지는 의미에 관하여
1)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가 아니라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 새롭게 제시한 법리에 따라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핵심 표지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종래 대법원 판례와 같이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게 되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려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고,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내용이 주관화·관념화되며, 주거침입죄로 처벌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2)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요소로서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고, 이들 요소들을 종합하여 볼 때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규범적으로 평가되어야 침입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범죄를 이루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범죄 행위는 객관적·외부적 평가의 대상으로서 행위 당시에 밖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므로, 주거침입죄에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이러한 범죄구성요건 해석의 일반 원칙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참조). 구체적인 사건에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등을 토대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의사는 내면적 요소로서 다의적으로 해석되거나 불명확할 수 있으므로 거주자의 의사를 주된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되면 어떠한 출입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 오히려 죄형법정주의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
거주자의 의사는 명시적·묵시적·추정적 의사 또는 외부에 표시된 의사나 숨은 진정한 의사 등으로 다양하게 나뉠 수 있고, 명시적 의사와는 다른 추정적 의사 또는 숨은 의사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복수의 거주자가 있을 때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러한 경우 누구의, 어느 의사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지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기초로 하여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은 이러한 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와 같은 취지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 역시 그러하다.
이와 달리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 거주자의 의사에서 출발하거나 이를 주된 요소로 삼으면,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객관화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명백하게 어긋난다.
나.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평가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1)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를 통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확인되는 거주자의 의사도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다. 이를테면 담장과 출입문 등을 설치하고 평소 거주자의 승낙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주거라면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를 통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거주자의 의사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판단하는 데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평가의 요소로서 거주자의 의사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고려되는 정도가 다르다.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나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군사보호시설과 같은 건조물의 경우 해당 공간의 보호대상인 사실상 평온의 성질 등에 비추어 거주자나 관리자의 외부인 출입에 관한 의사가 객관적·외형적으로 이미 드러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는 반면, 일반인의 출입이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백화점이나 관공서의 민원실과 같은 건조물의 경우는 그와 같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주된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 또는 출입 통제의 방식이 거주자의 의사와 그 표현을 통하여 이루어짐을 감안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여러 요소 중 하나이자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 요소에 그치므로 이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일률적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자신의 배우자와 성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거주자의 의사를 중요시한다면 빈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를 배제하여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하는 거주자의 의사까지 고려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기 때문이지 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본 것이 아니다.
또한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나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자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간 다른 공동거주자와 동행한 피고인들의 출입행위가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의사 및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침해하였더라도 그것이 전체적으로 함께 출입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는 공동주거관계의 취지와 특성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사이에서는 공동생활 장소에 대한 각자의 권리가 절대시될 수 없고 그 결과 사실상 평온이라는 법익 역시 공동거주자 사이에서 일정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중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용인한 의사에 반한다.’는 취지의 기재는 이러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와 특성에 따라 보호법익이 제한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거주자의 의사가 침입 여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피고인들의 출입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반대의사가 분명하였는데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3)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변경하면서도 종래 침입의 의미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침해설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대법원판결 전부를 폐기하지 않았다고 하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이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에 주된 요소가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새롭게 제시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따라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거주자 등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경우라면 판결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였는데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등을 변경하였고,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의 방실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음식점에 들어간 것은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등을 변경한 것이다.
4) 한편 대법원 1967. 12. 19. 선고 67도1281 판결은 육군간부후보생 모집을 위한 학과시험에 대리(代理)로 응시하기 위하여 시험장에 출입한 사안으로서 관리자의 출입 승낙이 있었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시험장에 출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폐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출입자격이 실제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시험장에 출입하기 위해 관리자를 기망하여 출입 승낙을 받아 시험장에 출입한 행위는, 앞서 본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등을 종합하면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사적 주거나 건조물 등에 출입하기 위해 출입자격이나 조건을 기망하여 거주자나 관리자로부터 승낙을 받아 출입한 행위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에 비추어 그러한 기망적인 출입행위 자체로 주거 등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이라고 볼 수 있고, 단순히 출입 승낙이라는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는 경우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폐기 대상인 대법원 95도2674 판결과 유지되는 대법원 67도1281 판결을 구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위 두 판결의 사안 모두 영업주나 관리자의 출입 승낙이 있었으나 출입 목적의 불법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고, 착오에 빠져 출입을 승낙하게 된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위 두 판결을 모순 없이 구별하여 설명하기 어렵다.
다. 어떠한 경우에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를 판단할 때 거주자의 의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고려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어떠한 경우에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거주자 등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물리력을 행사하여 주거 등에 출입한 경우는 대체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거나 출입문이 아닌 곳을 통하여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주거 등에 들어간 경우와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이지만 관리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소란을 피우면서 출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출입 당시 물리력의 행사를 수반하지 않았더라도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몰래 들어간 경우 또는 출입 당시 거주자나 관리자가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에는 앞서 본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경우로서 침입행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일반인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음식점이나 상가 등 건조물의 경우, 음식점의 출입문에 무전취식자나 잡상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시를 하였는데 음식점에 출입하여 식사 후 돈을 내지 않거나 손님에게 물건 판매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앞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지 않았다면 침입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대법원은 최근 피고인이 피해자와 교제하다 헤어진 지 약 7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심야시간에 피해자 또는 피해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위 아파트의 공동출입문에 피해자와 교제 당시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공동현관에 들어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고 한 사안에서, 출입 목적과 경위, 출입의 태양 및 출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경우라면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에 대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참조). 이 판결 역시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따라 외형상 물리력의 행사 없이 이루어진 무단출입의 경우에도 앞서 본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침입 여부를 판단하였다.
3) 이 사건이나 폐기 대상인 대법원 95도2674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간 경우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더라도 음식점이라는 장소적 특성과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사적 주거나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의 경우에도 행위자가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나 건조물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 하더라도,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나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대법원 67도1281 판결의 사안과 같이 사적 주거나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출입하기 위하여 거주자나 관리자가 부여한 출입자격이나 조건 등과 같이 주거나 건조물의 출입이나 사실상의 평온상태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사항에 대하여 적극적인 수단이나 방법으로 기망하여 이에 속은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들어간 경우라면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
라. 결론
거듭 강조하지만 주거침입죄에서 침입 여부의 핵심 표지이자 최종적인 판단 기준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 여부’이다. 거주자의 의사는 구체적·개별적 상황에서 이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할 때 고려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에 그친다.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바로 이러한 취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주심)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