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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손괴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65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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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2-01

본문

판시사항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정도

 

참조판례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2389 판결(2000, 1345)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20. 11. 12. 선고 201917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사건 재물손괴 행위가 긴급성과 보충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2389 판결 참조).


이때 어떠한 행위가 위 요건들을 충족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정도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사과과수원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고인은 피해자 운영의 사과과수원의 인접지에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대추나무를 재배하는 사람이다.


(2) 피해자는 2013. 4. 무렵 피고인과 사이에 이 사건 관정 설치비용 총 600만 원 중 일부인 150만 원을 피고인이 부담하고 이 사건 관정 설치 후 피고인에게 이 사건 관정의 이용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3) 위 설치비용 중 나머지 150만 원은 피해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300만 원은 보조금으로 충당하며, 지하수 개발허가 명의를 피해자로 하여 피해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이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이 사건 관정을 공동으로 사용해 왔다.


(4) 2014년 무렵부터 피해자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사과과수원에 인접한 피고인의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였고, 그 손해배상 문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문제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었다.


(5) 피고인은 2018. 1. 9. 무렵 피해자를 상대로 하여 청주지방법원 2018가소569(위 사건은 청주지방법원 보은군법원 2018가소78호로 이송되었다)로 비닐하우스 등 시설 파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2018가소78호 사건에 관하여 2018. 3. 30. ‘피해자는 인접한 부분에 식재된 사과나무 1줄을 2018. 4. 15.까지 제거하고, 피고인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6) 피해자는 위 2018가소78호 사건의 임의조정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한 채, 2018. 3. 및 같은 해 5월 무렵 그 이용권한 있는 피고인이 설치한 연결호스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재물손괴 및 업무(대추농사)방해 행위를 저질렀고, 위 범행에 대하여 2019. 1. 17.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7)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의 위와 같은 범행에 관하여 2018. 6. 무렵부터 피해자 소유의 이 사건 관정과 별도의 관정을 설치하기 위해 지하수 개발ㆍ이용 신청 등 노력을 하기도 하였다.


(8) 피해자는 2019. 3. 초순 무렵 이 사건 관정에 자물쇠를 설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관정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2019. 3. 13. 대추농사업무를 진행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설치한 시가 8,000원 상당의 이 사건 자물쇠를 파손(이 사건 재물손괴)하고 이 사건 관정을 이용하여 대추농사업무를 진행하였다.


(9) 그 무렵 피해자는 이 사건 관정에 다시 자물쇠를 채워 재차 업무방해의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의 위 범행에 대하여 2020. 3. 27.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10) 한편 피고인은 2019. 4. 9. 피해자를 상대로 하여 청주지방법원 2019가합12876호로 위 보은군법원 2018가소78호 임의조정사항 미이행을 원인으로 하여 그 이행과 간접강제를 구하는 2차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2019가합12876호 사건에 관하여 2020. 12. 17. ‘피해자는 인접한 부분에 식재된 사과나무 1줄을 2021. 3. 31.까지 제거하고, 피고인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일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임의조정이 다시 성립되었다.


.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이 사건 재물손괴 행위 당시 피고인의 법익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고,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포함한 장기간에 걸친 분쟁과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관정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사회통념상 피고인에게 더 이상 그와 같은 계속된 법익침해를 감수하고 새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사전에 피해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등 사전 절차를 밟을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고, 그 외 이 사건 범행에 관한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및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재물손괴 행위에는 그 긴급성 및 보충성도 충족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반드시 당일 대추농사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다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긴급성과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