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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배임미수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도1552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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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1-27

본문

판시사항


업무상배임죄가 부작위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러한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 이때 행위자는 부작위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위반한다는 점과 그 부작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형법 제356, 355조 제2). 형법 제18조는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과의 신뢰관계에서 일정한 임무에 따라 사무를 처리할 법적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상황에서 당연히 할 것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다. 그러한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작위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사무처리의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으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부작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행위자는 부작위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위반한다는 점과 그 부작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어야 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18, 355조 제2, 356, 359

 

 

참조판례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10139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0. 10. 29. 선고 201995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고양시 (주소 생략) 일대 989,377(이하 이 사건 사업구역이라 한다)에서 환지 방식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하던 피해자 고양식사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이하 피해자 조합이라 한다)을 위해 환지계획수립 등 이 사건 사업의 진행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다.


2011. 8. 30.경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도시개발 및 실시계획의 변경이 인가됨으로써(위와 같이 변경된 실시계획을 이하 ‘2011년 실시계획이라 한다) 이 사건 사업구역 중 일부 환지예정토지(‘C 구역이라 불리는 토지이다. 이하 이 사건 환지예정지라 한다)와 대로(大路) 사이의 공공공지(이하 이 사건 공공공지라 한다) 조성 방식이 이 사건 환지예정지 지상 건축물로의 진입이 상당 부분 차단되는 차폐형에서 그 진입이 용이한 개방형으로 변경되었고, 그로 인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조합으로 하여금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상승을 청산절차에 반영하여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사건 환지예정지에 대한 재감정, 환지계획 변경, 환지예정지 변경 지정 등의 조치를 할 업무상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 직후 즉시 이 사건 환지예정지에 대한 재감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고인의 친인척, 지인 등 이 사건 환지예정지를 환지받기로 한 사람들로 하여금 토지 가치상승액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조합으로 하여금 위 토지 가치상승액의 합계액인 3,470,766,900원의 손해를 입게 하려 하였으나, 피해자 조합이 2016. 5.경 환지계획변경인가신청 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미수에 그쳤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조합의 사무를 전적으로 위임받아 처리하던 사람으로서, 이 사건 환지예정지에 대한 평가 요인의 변경에 따른 가치상승액을 적절하게 평가하여 피해자 조합으로 하여금 적절한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다. 위 업무에 관해서는 피고인이 적극 관여하여 가장 잘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거나 후임자에게 관련 사항을 인계하지 않고 묵비한 채 2011. 12. 31. 피해자 조합을 대행하여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던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에서 퇴사함으로써, 피해자 조합이 그러한 재평가의 필요성을 수년간 인지하지 못하여 청산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였다. 피고인의 이러한 부작위는 사업요지에 집중적으로 환지를 받은 본인과 친인척, 지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고 피해자 조합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인정함이 옳다.


3.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한다(형법 제356, 355조 제2). 형법 제18조는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과의 신뢰관계에서 일정한 임무에 따라 사무를 처리할 법적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상황에서 당연히 할 것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10139 판결 등 참조). 그러한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작위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사무처리의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으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부작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행위자는 부작위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위반한다는 점과 그 부작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어야 한다.


.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이 사건 공공공지의 조성 방식에 관하여 피해자 조합과 고양시 사이에 이견이 생김에 따라, 2009년 말부터 이 사건 공공공지의 조성 방식은 이 사건 사업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었다. 따라서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에 따라 이 사건 공공공지의 조성계획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은 피해자 조합의 의사결정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피해자 조합의 임원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에 따라 이 사건 공공공지의 조성계획이 변경된 이상, 그로 인해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은 피고인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더욱이 피고인이 2011. 12. 31.경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함으로써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지위를 상실한 이후에도 도시계획기술사인 공소외 2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계속해서 공소외 1 회사에서 근무하였고, 그중 환지 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공소외 3은 피고인 못지않게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에 따라 환지계획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피해자 조합은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 무렵 체비지 매각 지연 등으로 심각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고자 2012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의 변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를 고려하면,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 당시 환지계획의 변경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져 조합원들 사이의 권리 관계가 확정될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한 구 도시개발업무지침(훈령 제680)에는 "시행자가 사업시행 중 공공시설의 변경 또는 집단체비지의 책정 등으로 환지계획을 변경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즉시 환지계획을 변경한다."라는 내용이 있다(4-5-1조 참조). 그러나 환지예정지 권리이전이나 청산금 확정 등은 환지처분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실시계획의 인가 후 즉시환지계획의 변경을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피해자 조합의 재산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초래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 이러한 사정을 위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에게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할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조합이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상승을 청산절차에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그러한 작위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부작위로써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죄에서 실행의 착수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