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존재확인의소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0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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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1-25본문
【판시사항】
[1] 보험계약 존속 중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상대방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보험계약자 측이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 보험자에게 위 해지권에 관한 사전 설명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및 보험자의 위 해지권 행사를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심사 단계에서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위 해지권 행사를 보험계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자가 위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3]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가 해당 보험계약의 특약에 관한 것이더라도 그 행위가 중대하여 계약 자체의 유지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이로 인한 해지의 효력이 보험계약 전부에 미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보험계약은 장기간의 보험기간 동안 존속하는 계속적 계약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위험의 우려가 있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2] 보험계약자 측이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그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경위,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입원을 하였는지 여부,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입원 일수나 그에 대한 보험금 액수, 보험금 청구나 수령 횟수, 보험계약자 측이 가입한 다른 보험계약과 관련된 사정, 서류의 조작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험계약자 측의 부당한 보험금 청구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보험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위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한편 이러한 해지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므로, 보험자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거나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험계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이러한 해지권은 보험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또 구체적 사안에서 해지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가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반환받는 것을 넘어서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은 자칫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자가 이와 같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보험계약은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를 요구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상대방이 그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해당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중대하여 이로 인해 보험계약 전체가 영향을 받고 계약 자체를 유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의 효력은 해당 보험계약 전부에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상법 제638조
[2] 민법 제2조, 상법 제638조, 제638조의3, 제663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
[3] 민법 제2조, 상법 제638조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9. 8. 29. 선고 (창원)2019나1140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11. 14. 피고와, 피보험자, 후유장해보험금 수익자 및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각 원고로 하고, 상해ㆍ사망 또는 후유장애 발생 시 정액 보험금 지급을 기본계약으로,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ㆍ통원 의료비, 입원 일당 등을 보장하는 것을 선택계약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장기간 입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를 포함하여 8개 보험회사로부터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다액의 입원 의료비 등 보험금을 지급받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관련 형사사건에서 공소가 제기된 기간 동안 지급한 보험금의 부당 편취를 원인으로 하여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질병 입원 의료비 보장 특약(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 등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여 이 사건 보험금 청구를 하였는데,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 중 이 사건 보험금 청구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합계 11,045,855원 상당이다.
마. 피고는 2018. 7. 27. 원고에게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4조 제1항 제1호, 제3호, 상법 제653조, 제659조를 근거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이 사건 해지 통지를 하였다.
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4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제1항은 피보험자나 계약자의 고의를 원인으로 하여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이러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 특약에 관한 특별약관 제2조(보상하지 않는 손해) 제1항과 제2항은 보통약관 제2조와 내용이 동일하다.
2.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의 적법 여부
가. 보험계약은 장기간의 보험기간 동안 존속하는 계속적 계약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위험의 우려가 있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보험계약자 측이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그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경위,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입원을 하였는지 여부,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입원 일수나 그에 대한 보험금 액수, 보험금 청구나 수령 횟수, 보험계약자 측이 가입한 다른 보험계약과 관련된 사정, 서류의 조작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험계약자 측의 부당한 보험금 청구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보험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위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한편 이러한 해지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므로, 보험자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거나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험계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이러한 해지권은 보험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또 구체적 사안에서 해지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가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반환받는 것을 넘어서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은 자칫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자가 이와 같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사고는 ‘질병으로 인하여 입원치료를 받게 되는 것’으로서, 원고가 통원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그 정도를 과장하거나 증상을 속이는 방법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4조 제1항의 ‘피보험자, 보험계약자가 고의로 보험사고를 발생시킨 경우’에 해당하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피고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가 보통약관 제14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해지 통지를 함으로써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계속적 계약은 그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면 상대방이 이를 해지할 수 있는데, 이 사건 해지 통지는 피고가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가 신뢰관계 파괴를 원인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항소이유서가 원고에게 도달한 시점에는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다. 원심의 판단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4조 제1항, 제2항은 피보험자 등이 고의를 갖고 질병 등을 일으켜 이로 인하여 입원치료를 받아 의료비를 발생시킨 경우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원고가 행한 허위ㆍ과다 입원은 실제로 질병은 발생했으나 그로 인한 입원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이므로, 위 약관상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특약에 따라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그 해지사유로는 이 사건 특약에 관한 특별약관 제2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해지 통지 시 보통약관 제14조 제2항을 적용한 잘못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부당 지급 보험금의 액수,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보험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해지 통지에는 이러한 신뢰관계 파괴를 원인으로 하는 해지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의 신뢰관계 파괴를 원인으로 하는 해지의 의사표시를 담은 이 사건 항소이유서가 원고에게 도달한 시점에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신뢰관계 파괴를 원인으로 하는 해지를 인정하는 이상,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약관의 해석, 약관의 설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해지의 범위
가. 보험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를 요구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상대방이 그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해당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중대하여 이로 인해 보험계약 전체가 영향을 받고 계약 자체를 유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의 효력은 해당 보험계약 전부에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전부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해지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