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도95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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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1-16본문
【판시사항】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및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경제적 관점) / 손해발생 등의 점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사)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5731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공2007상, 569)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2484 판결(공2010상, 285)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1. 7. 1. 선고 2020노143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영업부장으로 제품 판매 및 거래업체 선정 등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거래업체 선정 과정에서 피해회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거래업체로 선정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하여, 2013. 1. 20.부터 2013. 8. 20.까지 사이에 총 31회에 걸쳐 피해회사의 제품(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고만 한다)을 피고인의 개인회사인 주식회사 에어옥스코리아(이하 ‘에어옥스’라고만 한다)에 통상적인 제품 판매가격보다 약 10%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에어옥스로 하여금 피해회사로부터 납품받은 가격에 약 10%의 중간 판매이익을 붙여 주식회사 앤엔제이(이하 ‘앤엔제이’라고만 한다)에 재판매하게 하여(이하 ‘이 사건 재판매 거래’라고만 한다) 당초 피해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중간 판매이익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합계 92,072,550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피해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제품을 앤엔제이에 판매함에 있어 피해회사와 앤엔제이 간에 직접 거래를 하지 않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에어옥스에 앤엔제이와 협의된 판매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에어옥스로 하여금 피해회사로부터 구매한 가격에 10%를 더하여 앤엔제이에 재판매하게 한 것은 피해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이고, 이로써 피고인은 에어옥스에 귀속된 중간 판매이익 10%, 합계 92,072,55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회사로 하여금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 기수가 되는데, 이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인의 재산 상태를 평가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본인의 재산가치가 감소하거나 증가하여야 할 가치가 증가하지 아니한 때를 말하고, 그 여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5731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24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손해발생 등의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나. 위 법리에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공소사실과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없고, 달리 그 점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1) 이 사건 재판매 거래에 있어 최종 구매자인 앤엔제이가 거래에 참여하게 된 것은 당초 앤엔제이가 피고인 개인과의 친분이나 신뢰관계를 고려하여 기존에 거래관계가 없었던 피해회사가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에어옥스를 통해 공급받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피고인과 앤엔제이 운영자와의 특별한 관계가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성사 및 지속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피고인의 주장이고, 이 사건 재판매 거래에 앞서 피고인이 ‘에어옥스를 통해서만 앤엔제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피해회사에 보고를 한 사실도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구조 및 실제 진행 과정 역시 이와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앤엔제이가 에어옥스에 상품 카테고리를 지정하여 상품을 제안할 것을 먼저 요청하고, 에어옥스가 피해회사와의 연락을 통해 확인한 피해회사의 상품 제안 내용을 앤엔제이에 전달하여 앤엔제이가 그 상품의 품질과 가격 등을 검토한 후 이를 승인하면 거래가 완결되는 것으로, 에어옥스가 이 사건 재판매 거래 과정에서 일정한 중개 역할을 하고 있고, 이와 같은 중개 구조로 거래가 이루어짐을 전제로 앤엔제이가 상품 가격을 결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 피고인이 에어옥스를 설립하여 피해회사와 앤엔제이의 거래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피해회사의 직원으로서 충실의무 내지 전념의무를 위반한 배임적인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그로 인하여 피해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점은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이는 이 사건 재판매 거래와 같은 중개 거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엔엔제이가 피해회사로부터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직거래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앤엔제이가 직거래에 따른 중간 유통비용 절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중개 거래의 경우와 동일한 가격을 책정, 지급하였을 것이라는 점 혹은 앤엔제이가 에어옥스에게 지급한 가격이 이 사건 제품의 객관적인 시장 가격이라는 점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점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에 따른 제품 가격과 유통 과정을 거치는 제품 가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거래의 현실에 비추어도 그러하고, 이 사건에 있어서는 특히 에어옥스를 사이에 둔 피해회사와 앤엔제이와의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경위 및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고인과 앤엔제이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3)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구조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에어옥스에 대한 공급가격은 저렴하지 않은 통상 가격으로 피해회사가 다른 업체에 제안한 공급가격과 같은 금액이었고, 오히려 에어옥스의 앤엔제이에 대한 공급가격이 이른바 ‘백마진’을 감안한 부풀려진 가격이었으므로, 에어옥스에 대한 제품가격을 통상적인 판매가격보다 저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여 왔다. 그렇다면 앞서 본 이 사건 재판매 거래의 경위와 구조, 에어옥스와 앤엔제이의 관계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피해회사가 에어옥스의 중간 유통 과정 개입 없이 앤엔제이와 직거래하였을 때에도 에어옥스가 앤엔제이에 공급한 제품가격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거나 최소한 피해회사가 에어옥스에 공급한 제품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이 위 각 제품가격과 피해회사가 에어옥스에 공급한 제품가격과의 차액을 곧바로 피해회사의 손해로 추단하거나 단정할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에어옥스가 92,072,550원의 재산상 이득을 얻고 피해회사는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업무상배임죄 성립에 있어 재산상 손해액에 대한 법리 및 증명책임의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