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금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19다2795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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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1-11본문
【판시사항】
[1]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사인과 체결한 사법상 계약의 효력(무효)
[2] 지방자치단체인 甲 광역시가 하수처리장에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감량하는 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乙 주식회사와 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한 다음, 丙 주식회사와 위 시설 공법기자재의 제작·구매·설치를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이를 해제하여 정산한 후 다시 丁 주식회사와 위 시설을 보완·완성하여 종합시운전을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乙 회사 및 丁 회사로부터 ‘감량화 시설에 관하여 슬러지 감량률 48% 이상의 성능을 보증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 시설비와 철거비를 모두 부담한다.’는 내용의 약정이 포함된 성능보증서를 제출받았는데, 위 시설이 설치된 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자, 甲 광역시가 乙 회사를 상대로 위 약정에 따른 시설비와 철거비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약정이 기재된 성능보증서는 乙 회사가 설계 용역계약서와 별도로 작성한 문서이므로, 위 약정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유효한 계약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설계 용역계약서에 위 약정이 편입된다는 뜻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거나 적어도 성능보증서가 붙임서류로 첨부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약정이 설계용역 계약에 편입되어 유효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설계 또는 감리 용역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제작·설치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인지 여부(적극) 및 그중 서로 중첩되는 부분의 관계(=부진정연대채무)
【참조조문】
[1]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4조, 민법 제105조
[2]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4조, 민법 제105조
[3] 민법 제390조, 제41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14812 판결(공2004상, 382),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52335 판결
[3]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89320 판결(공2015상, 522),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229023 판결(공2018상, 418)
【전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전광역시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도화엔지니어링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9. 9. 5. 선고 2019나115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도화엔지니어링에 대한 청구 부분과 피고 주식회사 동일캔바스엔지니어링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동일캔바스엔지니어링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인 슬러지를 감량화하는 시설을 ○○하수처리장에 설치하는 이 사건 사업을 결정하고, 2012. 10. 26. 위 사업에 대한 건설기술공모를 실시하였다. 피고 주식회사 도화엔지니어링(이하 ‘피고 도화’라 한다)은 2012. 12. 10. 이 사건 감량화시설에 대한 제안서와 함께 ‘최종 탈수슬러지 감량률 40% 이상의 성능을 보증하고 보증한 성능에 미달할 경우 시설비와 철거비를 모두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성능보증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원고는 2012. 12. 26. 피고 도화를 적격자로 선정하고, 2012. 12. 28. 피고 도화와 총계약금액을 483,000,000원으로 하여 위 감량화시설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 도화는 2013. 5. 29.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에 따른 설계를 완료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위 보고서에는 ① 이 사건 감량화시설에 따라 슬러지가 48% 감량된다는 내용, ② 위 감량화시설을 구성하는 장비의 역할과 구체적 공법, ③ 성능보증을 위해 위 장비를 주식회사 팬아시아워터(이하 ‘팬아시아워터’라 한다)가 일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피고 도화, 팬아시아워터가 공동으로 작성한 성능보증서(감량률을 ‘40%’에서 ‘48%’로 변경하고 팬아시아워터의 명의를 추가한 것 외에는 가.항의 성능보증서와 같다)를 제출받고, 2013. 9. 26. 팬아시아워터와 총계약금액을 5,896,653,000원으로 하여 하수슬러지 감량화시설 공법기자재 제작·구매·설치계약(이하 ‘제1차 제작·설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3. 12. 10. 피고 도화 등과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전면책임감리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감리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팬아시아워터는 제1차 제작·설치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감량화시설을 제작·설치하고, 2014. 6. 23. 시운전을 시행하였으나 머리카락 등 협잡물이 가용화설비에 유입되어 내부 부품이 유실되거나 손상되는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결국 2014. 8. 7. 시운전이 중단되었다. 팬아시아워터는 2014. 8. 29. 업무 일체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는 2014. 9. 16. 제1차 제작·설치계약을 해제하였다. 원고의 요청에 따라 피고 도화는 2014. 9. 17. 팬아시아워터의 기성률을 90%로, 그에 따른 정산금액을 5,306,987,000원으로 기재한 정산검사조서를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그 후 원고와 팬아시아워터는 ‘팬아시아워터의 기성률을 90%로 인정하여 팬아시아워터가 총계약금액 중 5,306,987,700원만을 원고로부터 지급받기로 한다.’는 타절정산합의를 하였다.
라. 피고 주식회사 동일캔바스엔지니어링(이하 ‘피고 동일캔바스’라 한다)은 2014. 9. 19. 원고에게 잔여 공사 참여의향서를 제출하였다. 원고는 2014. 10. 6. 피고 동일캔바스와 총계약금액을 353,700,000원으로 하여 이 사건 감량화시설을 보완·완성하고 종합시운전을 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제2차 제작·설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들은 2014. 10. 15. 공동 명의의 성능보증서(팬아시아워터의 명의를 피고 동일캔바스로 변경한 것 외에는 나.항의 성능보증서와 같다)를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마. 피고 동일캔바스는 기존의 시설 부품을 교체하는 등 조치를 하고 수차례 시운전을 시도하였으나 장비 고장 문제가 계속되었고, 소화조 월류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제2차 제작·설치 계약에 따른 시운전을 완수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2016. 1. 29. 피고 동일캔바스에 대하여 제2차 제작·공급계약을 해제하였다. 그 후 이 사건 감량화시설은 가동이 중단된 채로 장기간 방치되어 재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바.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① 피고들이 성능보증서를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감량화시설에 관하여 슬러지 감량률 48% 이상의 성능을 보증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 시설비와 철거비를 모두 부담한다.’는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후 위 성능보증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약정금으로 이 사건 감량화시설을 설치하는 데 든 비용과 그 철거비용(이하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라 한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②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 도화는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과 감리 용역계약에 관하여, 피고 동일캔바스는 제2차 제작·설치계약에 관하여 각각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의 피고 도화에 대한 청구 부분
가. 약정금 청구 부분(피고 도화의 상고이유)
(1)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상대자와 체결하는 수입 및 지출의 원인이 되는 계약 등에 적용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이라 한다) 제14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연배상금,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적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를 것을 담보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이 규정에 따라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러한 요건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계약은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14812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5233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정이 지방계약법 제14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피고 도화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약정에 따른 약정금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피고 도화가 이 사건 약정이 기재된 성능보증서를 원고에게 제출한 것은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에 포함된 과업지시서와 건설기술공모요강에 기재된 의무사항에 따른 것이고 이로써 이 사건 약정은 위 설계 용역계약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이 사건 사업의 목표는 슬러지 감량화이고, 피고 도화가 일정 수치 이상의 감량률 보장을 제시하여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의 적격자로 선정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슬러지 감량률 보장은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의 핵심적인 내용에 해당한다. 성능보증서 제출의무만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본다면 성능보증서 제출의무 규정은 의미를 잃게 된다. 원고와 피고 도화는 이 사건 약정을 확인하고 이를 계약에 편입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 체결 시부터 시운전과정에 이르기까지 원고와 피고 도화 사이에 성능보증서의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다툼이 없었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약정이 기재된 성능보증서는 피고 도화가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서와 별도로 작성한 문서이므로, 그것이 지방계약법 제14조에 따라 유효한 계약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위 설계 용역계약서에 이 사건 약정이 편입된다는 뜻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거나 적어도 성능보증서가 붙임서류로 첨부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에 포함된 과업지시서 제2.1조 제5항은 ‘설계에 대한 세부지침은 건설기술공모요강 및 건설기술공모제안서 평가기준을 기준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2.3조 제2항은 ‘세부 설계지침은 건설기술공모요강 및 건설기술공모제안서 평가기준을 준용하여 작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건설기술공모요강의 유의사항(제III조)에는 ‘기술공모제안서 제출 시 대표자의 인감이 날인된 성능보증서 및 확약서를 제출하여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위 문언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에 포함되어 유효한 계약 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은 성능보증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는 것에 한정되고, 성능보증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를 모두 부담한다는 내용까지 유효한 계약 내용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지방계약법 제14조는 적법절차 원리의 구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요식성을 갖출 것을 강제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원심이 계약 편입의 근거로 삼고 있는 사유, 즉 이 사건 약정이 없이는 성능보증서 제출의무에 관한 규정이 사실상 형해화된다거나, 이 사건 약정이 계약에 편입된다는 것에 관하여 당사자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이에 대한 다툼이 없다는 사정은 모두 요식성과 무관한 사유로서 지방계약법 제14조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이 이 사건 설계용역 계약에 편입되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약정금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지방계약법 제14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도화의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나. 손해배상 청구 부분(원고와 피고 도화의 상고이유)
(1)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 도화에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과 감리 용역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고,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는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라고 판단한 다음, 그 책임을 60% 정도로 제한한 5,000,000,000원을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였다. 원심에서 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에 따라 피고 도화가 설계한 이 사건 감량화시설에 관한 공법 기술은 구체적인 장비의 작동을 거쳐 구현된다. 그중 가용화설비는 시운전 과정에서 머리카락 등 협잡물로 인해 내부 부품이 훼손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피고 도화는 공법 기술을 설계할 당시 협잡물로 인한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그 밖에 피고 도화가 제안한 전기탈수기 등 필수 장비도 잦은 고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운전 과정에서 나타난 소화조 월류 현상은 소화조에 투입되는 슬러지의 농도를 6%로 높인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큰데 이 또한 피고 도화가 설계한 공법 기술에 따른 것이다. 피고 도화는 책임감리인으로서 스스로 제안한 공법 기술에 대하여 가장 잘 알 수 있는 입장에 있었으므로 설계상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감리상의 과실도 인정된다. 피고 도화는 시공 업체가 납품한 장비 자체에 설치·제작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책임감리인의 지위에서 스스로 팬아시아워터의 기성률을 90%로 인정한 사실과 모순되고 그 하자에 대한 구체적 증명도 없다. 피고 도화의 이러한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감량화시설의 가동이 중단된 이상,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는 위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 다만, 형평의 원칙상 60% 정도 그 책임을 제한한 5,000,000,000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2)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설계 또는 감리 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제작·설치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고, 다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한하여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89320 판결,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22902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감량화시설의 가동 중단과 관련하여 설계와 감리를 맡은 피고 도화와 제작·설치를 맡은 팬아시아워터, 피고 동일캔바스의 각 과실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만 이를 전제로 해당 주체별로 손해의 범위를 확정할 수 있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비로소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나) 피고 도화의 이 사건 설계 용역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에 관해서, 원심은 가용화설비와 소화조의 문제에 대해서는 설계상의 잘못과 관련성을 일부 심리하였으나, 그 밖에 전기탈수기 등 나머지 장비 문제에 관해서는 피고 도화가 해당 장비를 제안하였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으로 그것이 설계상의 잘못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밝히고 있지 않다. 또한 피고 도화의 설계에 원심이 지적하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설계가 처음부터 잘못되어 이 사건 감량화시설의 정상적 가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다는 사정 등이 인정되어야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라는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데, 원심판결만으로는 이러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는지 뚜렷하지 않다. 나아가 이러한 사정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감량화시설을 실제로 제작하고 설치한 팬아시아워터나 피고 동일캔바스에 제작·설치상의 잘못이 인정되는지, 잘못이 있다면 그것이 이 사건 감량화시설의 중단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이 사건 감량화시설의 중단이 설계자 또는 제작·설치자 중 한 주체의 잘못에 전적으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 더 본질적인 원인이고 그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관해서도 전문가의 감정 등을 포함하여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원심은 이러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다) 피고 도화의 이 사건 감리 용역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에 관해서, 원심은 피고 도화가 설계자로서 공정의 전체 과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감량화시설 중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감리자가 설계자와 동일인이라는 사정만으로 피고 도화가 곧바로 이 사건 감량화시설 중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피고 도화가 구체적으로 감리계약상의 어떤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감리상의 과실과 손해의 범위를 확정했어야 한다.
(라) 이처럼 피고 도화의 과실과 손해의 범위에 대한 심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그 손해의 확정을 전제로 한 책임제한에 관한 판단 부분도 그 근거를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이유로 이 사건 설치비와 철거비를 피고 도화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책임제한을 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채무불이행에서 과실, 손해의 범위와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와 피고 도화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정당하다.
3. 원고의 피고 동일캔바스에 대한 청구 부분
가. 약정금 청구 부분(원고의 상고이유)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정은 피고 동일캔바스에 대하여 그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그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기존 시공자인 팬아시아워터에 90%의 기성고를 인정하여 해당 금액을 이미 지급하였고, 피고 동일캔바스와 제2차 제작·설치계약을 체결한 금액은 전체 계약금액의 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원고는 팬아시아워터가 이미 설계·시공한 부분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정산금을 감액하거나 별도로 하자 보증을 받지 않았고, 피고 동일캔바스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알리지도 않았다. 피고 동일캔바스는 기존 설계·시공 부분에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믿고 제2차 제작·설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약정에 따르면 피고 동일캔바스는 이미 설계와 시공이 끝난 부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8,632,684,227원으로서 제2차 제작·설치계약 금액의 약 25배에 이른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손해배상 청구 부분
(1) 원고의 상고이유
원고는 하자 있는 전기탈수기의 대금으로 지급한 2,329,800,000원도 제2차 제작·설치 계약에 따른 통상 손해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제1차 제작·설치 계약에 따라 팬아시아워터로부터 위 전기탈수기를 제공받았고, 그 대금도 팬아시아워터에 직접 지급하였다. 팬아시아워터가 피고 동일캔바스로부터 위 전기탈수기를 납품받았다고 하더라도 계약상대방이 아닌 피고 동일캔바스가 원고에게 직접 계약상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 동일캔바스의 상고이유
(가)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 동일캔바스가 제2차 제작·설치계약에 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고, 그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는 원고가 피고 동일캔바스에 지급한 대금인 176,850,000원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2차 제작·설치계약에 따른 피고 동일캔바스의 채무는 가용화설비, 슬러지 유입스크린, 전기탈수기, 반류수처리설비, 부대설비를 설치하고 종합시운전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 동일캔바스는 가용화설비를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고, 설치한 전기탈수기도 지속적인 고장을 일으켰으며 그 수리를 위하여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제2차 제작·설치계약에서 24시간 2개월 연속시운전을 통해 성능검증을 하기로 정하고 있는데도 추가비용을 주지 않으면 일부 시운전만을 하겠다거나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공사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고 실제로 일시 철수를 하기도 하였다. 피고 동일캔바스가 약정한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종합시운전에도 실패하였는데, 그 원인에는 피고 동일캔바스의 잘못도 있다. 이러한 잘못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는 제2차 제작·설치 계약에 따른 계약총액 중 원고가 피고 동일캔바스에 이미 지급한 176,850,000원이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은 피고 동일캔바스에 제2차 제작·설치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어떠한 이유로 원고가 피고 동일캔바스에 지급한 대금 176,850,000원을 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감량화시설 가동 중지의 구체적인 원인이 누구에게 있고 그 기여도는 어떠한지, 피고 동일캔바스가 제2차 제작·설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이 사건 감량화시설의 가동이 확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피고 동일캔바스가 공사 포기나 현장철수 의사 등을 밝힌 것에 관하여 참작할 사유가 있거나 책임제한이 인정될 여지는 없는지 등에 관하여 추가적인 심리를 하여 피고 동일캔바스의 제2차 제작·설치상의 과실과 손해의 범위를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했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관한 별다른 심리 없이 피고 동일캔바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가 원고가 설치대금으로 지급한 176,850,000원이라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채무불이행과 손해의 범위,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동일캔바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고와 피고 도화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도화에 대한 청구 부분과 피고 동일캔바스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피고 동일캔바스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김재형(주심)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