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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8600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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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12-14

본문

【판시사항】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법령상 의무가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봉안된 무연고자의 시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포함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령상 의무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하는 것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연고자가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7. 20. 대통령령 제264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5. 7. 20. 보건복지부령 제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 공고 등을 통하여 사망한 무연고자의 소재를 확인한 후 매장·화장·봉안된 시체·유골 등을 인수하여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봉안된 무연고자의 시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당연히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7. 20. 대통령령 제264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5. 7. 20. 보건복지부령 제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양주시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9. 30. 선고 2020나21818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관련 법령


1)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장사법’이라 한다) 제12조는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시체 중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하 ‘시장 등’이라 한다)으로 하여금 일정 기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하게 하였고(제1항 본문), 시장 등은 이에 따라 무연고 시체 등을 처리한 때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 없이 이를 공고하되(제2항), 매장·봉안의 기간과 그 기간이 끝난 후의 처리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2)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7. 20. 대통령령 제264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장사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는 구 장사법 제12조 제1항에 따른 무연고 시체 등에 대한 매장·봉안의 기간을 10년으로 정하였고(제1항), 시장 등은 위 기간이 끝났을 때에 일정한 장소에 집단으로 매장 또는 자연장을 하되, 무연고 시체 등을 화장하지 아니하고 매장 또는 봉안한 경우에는 화장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다.


3)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5. 7. 20. 보건복지부령 제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장사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4조는 시장 등으로 하여금 구 장사법 제12조에 따라 무연고 시체 등을 처리하였을 때에 사망자의 인적사항, 시체의 발생상황, 매장·화장·봉안의 장소와 시기 및 기간, 연락처 등을 중앙일간신문을 포함한 둘 이상의 일간신문 또는 관할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이하 ‘시·도’라 한다) 및 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하나 이상의 일간신문에 공고하게 하였고, 나아가 위 공고사항을 10년 이상 보존하도록 정하였다(제2항).

 

나.  시장 등의 무연고 시체 등에 관한 처리 의무


1) 헌법은 제10조 전문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이자 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였다. 이러한 존엄에는 삶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존엄성도 포함된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인격권의 핵심으로 당사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물론 그 사후에도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사후 시체의 처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근본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까닭이다. 나아가 유족은 일정 기간 내에 매장·화장·봉안된 가족 또는 친지의 묘지에서 망인에게 경배와 추모 등 적절한 예우를 취하거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하여 분묘 등을 가꾸고 봉제사를 하고자 하는 권리를 보유하고,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러한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영역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할 뿐 아니라 기본권 행사의 실질적인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


2) 위 법리와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목적에다가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 방법·절차 및 그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시장 등에게 무연고 시체 등에 관한 처리 의무를 명문의 법령으로 상세히 규정·부과한 것은 단순히 구 장사법 제1조에서 정한 바와 같이 보건위생상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망한 무연고자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혹시라도 나중에 확인되거나 연고권을 주장하는 연고자가 일정 기간 내에서 매장·화장·봉안된 무연고자의 묘지 등에서 경배와 추모 등 적절한 예우를 취하거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무연고자의 사망에 따른 후속적인 조치가 법령이 정한 지방자치단체장 내지 그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의무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구체적인 법률상 의무의 부담 주체를 ‘시장 등’으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따라서 구 장사법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령상 의무는 시장 등으로 하여금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하는 것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연고자가 구 장사법 시행령 제9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구 장사법 시행규칙 제4조의 공고 등을 통하여 사망한 무연고자의 소재를 확인한 후 매장·화장·봉안된 시체·유골 등을 인수하여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봉안된 무연고자의 시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당연히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① 원고의 형인 망인은 정신지체자로서 피고의 관할구역 내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2011. 12. 22.경 사망한 사실, ② 관할 양주경찰서는 망인의 사망 사실 통보에 원고가 불응하는 등 망인의 시신에 대한 연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려는 자가 없자 피고에게 그 처리를 의뢰하였고, 이에 피고는 관계 법령에 따라 2012. 3. 9. 망인을 무연고자로 처리하여 장례를 치룬 후 자신이 설치·관리하는 이 사건 공설묘지에 이 사건 분묘를 설치하여 매장한 사실, ③ 원고는 뒤늦게 2017. 7.경 망인의 시신을 이장하려 하였으나 이 사건 분묘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였고, 2018. 10. 1. 피고 소속 공무원과 함께 이 사건 분묘로 추정되는 장소를 방문하였으나 해당 분묘가 훼손되고 표지판이 멸실된 상태였음을 확인한 사실, ④ 원고는 2020. 8. 21. 피고 소속 공무원이 입회한 상태에서 이 사건 분묘로 추정되는 분묘를 개장하기까지 하였으나, 아무런 유골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앞서 본 관련 법리에 위 인정 사실을 더하여 보면, 피고는 구 장사법 제12조 제1항 및 구 장사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무연고자로 처리된 망인의 시체에 대하여 10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할 의무를 부담하고, 나아가 그 기간 동안 원고 등 망인의 연고자가 봉안된 망인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할 법률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아, 이러한 주의의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