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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2두5859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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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11-01

본문

【판시사항】


[1]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규정 취지 / 후소가 전소의 소송물을 전제로 하거나 선결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전소와 ‘같은 소’로 보아 판결을 구할 수 없는지 여부(적극) 및 재소의 이익이 다른 경우 ‘같은 소’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후 소를 취하하였으나 위 규정 취지에 반하지 않고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정당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甲 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이 甲 등에 대하여 4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하자, 甲 등이 위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뒤 항소하였는데, 보건복지부장관이 항소심 계속 중 위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직권 변경하자, 甲 등이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후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취하한 사안에서,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의 제기는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은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임의의 소취하로 그때까지 국가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아가게 한 사람에 대한 제재의 취지에서 그가 다시 동일한 분쟁을 문제 삼아 소송제도를 남용하는 부당한 사태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후소가 전소의 소송물을 전제로 하거나 선결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것일 때에는 비록 소송물은 다르지만 위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전소와 ‘같은 소’로 보아 판결을 구할 수 없다고 풀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같은 소’는 반드시 기판력의 범위나 중복제소금지의 경우와 같이 풀이할 것은 아니므로, 재소의 이익이 다른 경우에는 ‘같은 소’라 할 수 없다.


또한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후 소를 취하한 사람이더라도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정당한 사정이 있다면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2] 甲 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이 甲 등에 대하여 구 국민건강보험법(2016. 2. 3. 법률 제13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4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하자, 甲 등이 위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전소)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뒤 항소하였는데, 보건복지부장관이 항소심 계속 중 같은 법 제99조 제1항에 따라 위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직권 변경하자, 甲 등이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후소)을 제기한 후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취하한 사안에서, 전소는 처분의 변경으로 인해 효력이 소멸한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고, 후소는 후행처분인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므로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같다고 볼 수 없고, 전소의 소송물인 ‘업무정지 처분의 위법성’이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물로 하는 후소와의 관계에서 항상 선결적 법률관계 또는 전제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결국 甲 등에게 업무정지 처분과는 별도로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절차를 통하여 다툴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의 제기는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2]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구 국민건강보험법(2016. 2. 3. 법률 제13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 제1항 제1호, 제99조 제1항, 약사법 제23조 제1항, 제24조 제4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8다카18023 판결(공1989, 1657),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다22037 판결(공2009하, 1216),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5다16620 판결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2. 9. 22. 선고 2021누132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약사가 미리 조제한 약을 비치하고 간호사가 약을 추가 조제한 후 환자에게 투여하여 약사법 제23조 제1항 본문, 제24조 제4항을 위반하였음에도 그 약제비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함으로써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2018. 6. 27. 원고들에 대하여 구 국민건강보험법(2016. 2. 3. 법률 제13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4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이하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들은 2018. 9. 20. 피고를 상대로 위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이하 ‘이 사건 전소’라 한다)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9. 12. 12.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하 ‘이 사건 선행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으며, 원고들은 이 사건 선행판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원고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 항소심 계속 중인 2020. 1. 10.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496,574,000원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이라 한다)으로 직권 변경하였다.

 

라.  이에 원고들은 2020. 3. 6. 대전지방법원에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마.  원고는 2021. 11. 3. 이 사건 전소를 취하하였고 같은 날 피고가 원고들의 소 취하에 동의하여 이 사건 전소는 소 취하로 종결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소와 이 사건 전소의 당사자가 동일하고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을 선결적 법률관계 내지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소는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은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임의의 소취하로 그때까지 국가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아가게 한 사람에 대한 제재의 취지에서 그가 다시 동일한 분쟁을 문제 삼아 소송제도를 남용하는 부당한 사태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후소가 전소의 소송물을 전제로 하거나 선결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것일 때에는 비록 소송물은 다르지만 위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전소와 ‘같은 소’로 보아 판결을 구할 수 없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같은 소’는 반드시 기판력의 범위나 중복제소금지의 경우와 같이 풀이할 것은 아니므로, 재소의 이익이 다른 경우에는 ‘같은 소’라 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0. 10. 선고 88다카18023 판결,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5다16620 판결 등 참조).


또한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후 소를 취하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정당한 사정이 있다면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다22037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먼저 이 사건 전소는 처분의 변경으로 인해 그 효력이 소멸한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고, 이 사건 소는 후행처분인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전소와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같다고 볼 수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인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의 위법성’이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물로 하는 이 사건 소와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선결적 법률관계 또는 전제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과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기초가 되는 위반행위는 동일하지만, 처분의 근거 법령이나 요건과 효과는 동일하지 않다.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에 근거한 것이고,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같은 법 제99조에 근거한 것으로 그 처분기준이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고려사항이 같지 않다.

(나)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이 적법하더라도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위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에 따르면,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하여 부과되는 과징금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만 부과될 수 있으므로, 업무정지 처분에는 위법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를 갈음하여 부과된 과징금의 액수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를 초과함으로써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 또한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적법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업무정지 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그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범위 내에 있어 적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결국 원고들에게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과는 별도로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절차를 통하여 다툴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원고들이 이 사건 선행판결 선고 이후 이 사건 전소를 취하하고, 이 사건 소를 다시 제기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이 사건 전소의 소송절차를 통한 국가나 법원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아가게 한다거나 소송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소제기를 필요로 하는 정당한 사정이 있으므로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소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