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 [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17다841, 8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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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9-05본문
【판시사항】
[1]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감사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같은 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이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속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감사절차를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투자자가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비상장기업의 가치 평가를 그르쳐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매입대금을 지급한 경우,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에 따라 감사인을 상대로 배상을 구할 수 있는 손해액(=주식의 매입대금에서 해당 주식의 실제가치를 공제한 금액) 및 위 손해액 산정의 기준 시기(=매입대금이 지급된 날) /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채무의 경우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무와 마찬가지로 채무 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지 여부(적극)
[3]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이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먼저 소멸하는 부분(=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
【판결요지】
[1]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구 회계감사기준(2005. 3. 29. 제정되고 2007. 12. 21. 개정되어 2007. 12. 28.부터 시행된 것, 이하 ‘회계감사기준’이라 한다)에 따르면, 감사인은 감사 대상인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해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회계감사기준 200의 2.3). 그와 같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간과하여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해 실제로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되었는지를 결정하는 데 적합한 정도의 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경영자의 진술이나 피감사회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신중한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회계감사기준 240의 3, 500의 1.2 등 참조).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처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다면 그에 대한 감사절차도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
[2] 투자자가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하여 비상장기업의 가치 평가를 그르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매입대금을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투자자는 그때 해당 주식의 매입대금에서 해당 주식의 실제 가치, 즉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주식의 가액을 공제한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고,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 한다) 제17조 제2항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즉 손해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입대금이 지급된 날을 기준시점으로 하여 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위와 같은 경우 분식회계를 한 기업과 부실감사를 한 감사인은 각자 투자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고 이 두 채무는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으므로, 해당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그 기업의 손해배상채무의 존부 및 그 범위가 확정되는 것은 감사인의 손해배상채무의 성립이나 범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또 투자자가 그 주식매매와 관련하여 해당 기업이나 대주주 등으로부터 취득한 담보권을 행사하여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감사인이 부담하는 채무의 사후 소멸에 영향을 미칠 뿐,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매입대금 지급시점에 이미 성립한 것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불법행위로 그 채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데,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그 실질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 다르지 않으므로, 그 지연손해금의 발생 시기에 대하여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의 경우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이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주식 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할 때,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외에도 매수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의 해당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4]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인하여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참조조문】
[1]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현행 제1조 참조), 제5조(현행 제16조 참조)
[2]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현행 제31조 제2항 참조), 제750조
[3]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현행 제31조 제2항 참조),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50조, 제763조
[4]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413조, 제760조,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36930 판결(공2011상, 293),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공2022하, 1737) / [2]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공2011상, 319),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97694 판결,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다221517 판결 / [3]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공2007하, 1806) / [4] 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상, 688)
【전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아이비케이옥터스녹색성장사모투자전문회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안진회계법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11. 24. 선고 2015나18154, 1816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
(1)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36930 판결 등 참조).
감사인인 피고가 주식회사 일성(이하 ‘일성’이라 한다)의 제27기 재무제표를 감사할 당시 적용되던 회계감사기준(2005. 3. 29. 제정되고 2007. 12. 21. 개정되어 2007. 12. 28.부터 시행된 것, 이하 ‘이 사건 회계감사기준’이라 한다)에 따르면, 감사인은 감사 대상인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해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이 사건 회계감사기준 200의 2.3). 그와 같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간과하여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해 실제로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되었는지를 결정하는 데 적합한 정도의 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경영자의 진술이나 피감사회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신중한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이 사건 회계감사기준 240의 3, 500의 1.2 등 참조).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처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다면 그에 대한 감사절차도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일성이 제27기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익률이 낮거나 이미 손실이 발생한 프로젝트에 투입된 원가를 이익률이 높거나 진행률이 낮은 프로젝트에 사용된 것처럼 하는 방법으로(이른바 프로젝트 간 원가대체의 방법) 순자산과 당기순이익 등에 관한 사항을 과대 계상하였음에도 피고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 사건 감사보고서에서 위 재무제표에 대하여 적정의견을 기재한 것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에 해당하고, 그 밖에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유에 관하여는 일성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거나 피고가 감사상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원고들 및 피고의 각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분식회계나 그에 관한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인과관계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은 일성 측으로부터 투자요청을 받고 최종적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피고가 작성한 이 사건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후 이를 믿고 일성이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을 발행받는 방식으로 일성에 투자하였고, 회계전문가인 피고가 작성한 이 사건 감사보고서는 원고들의 투자 결정에 있어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판단
가. 손해액 산정 및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가) 투자자가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하여 비상장기업의 가치 평가를 그르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매입대금을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투자자는 그때 해당 주식의 매입대금에서 해당 주식의 실제 가치, 즉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주식의 가액을 공제한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고(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97694 판결 등 참조), 감사인은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즉 손해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입대금이 지급된 날을 기준시점으로 하여 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분식회계를 한 기업과 부실감사를 한 감사인은 각자 투자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고 이 두 채무는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으므로, 해당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그 기업의 손해배상채무의 존부 및 그 범위가 확정되는 것은 감사인의 손해배상채무의 성립이나 범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또 투자자가 그 주식매매와 관련하여 해당 기업이나 대주주 등으로부터 취득한 담보권을 행사하여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감사인이 부담하는 채무의 사후 소멸에 영향을 미칠 뿐, 매입대금 지급시점에 이미 성립한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나)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불법행위로 그 채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데(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그 실질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 다르지 않으므로, 그 지연손해금의 발생 시기에 대하여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의 경우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다221517 판결 등 참조).
(2) 손해액의 산정에 대하여
원심은, 일성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원고들의 각 손해배상채권이 확정된 날을 기준으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거나 위와 같이 확정된 원고들의 일성에 대한 각 손해배상채권액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의 이 부분 이유 설시 중 손해액 산정방식 판단 부분에 다소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범위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대하여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비상장주식인 이 사건 주식을 인수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원고들이 위 주식을 인수하면서 그 인수대금을 지급한 날인 2011. 4. 28. 곧바로 발생하며, 나아가 그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그와 동시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가 분식회계와 부실감사가 밝혀진 후인 2012. 3. 15.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그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지연손해금도 그때부터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의한 손해 발생이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시기와 그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반면, 일성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이 확정된 무렵인 2013. 9. 무렵 원고들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이 기산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책임제한에 대하여
(1)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이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주식 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할 때,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외에도 매수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의 해당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등 참조). 한편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분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각 손해액 215억 3,305,210원 중 일부인 40억 원으로 제한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책임제한 비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원심판결에 원고들 및 피고의 각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다액채무자의 변제가 소액채무자의 채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1)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인하여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들에 대한 일성의 손해배상채무(125억 원)와 피고의 손해배상채무(40억 원)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이 사건에서, 다액채무자인 일성이 변제하거나 변제한 것으로 간주되는 금액은 일성의 손해배상채무 중 일성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시키므로, 위 금액이 일성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 부분을 소멸시키기에 부족하다면 이로써 소액채무자인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소멸되는 부분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다액채무자인 일성이 원고들에게 변제하였거나 변제한 것으로 간주되는 금액을 산정한 후 그 금액 중 소액채무자인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액수만큼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일부 변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