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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명령취소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두4037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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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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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식품위생법 제7조 등 관련 규정이 적정한 식품의 규격과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한 식품에 대하여 식품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재량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및 관련 공무원에게 부여한 것인지 여부(적극) /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참조조문】


식품위생법(2022. 6. 10. 법률 제189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4항, 행정소송법 제27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8다67828 판결(공2011상, 8),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공2017상, 778),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9두53389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2. 3. 25. 선고 2021누2380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식품 등의 수입 및 유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20. 2. 10.부터 2020. 4. 29.까지 10차례에 걸쳐 남극크릴오일500(ANTARTICA KRILL OIL 500, 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을 수입하여 이를 유통하였다.


2) 피고가 이 사건 제품 등을 수거하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사건 제품에서 에톡시퀸(Ethoxyquin) 0.5mg/kg이 검출되었다. 에톡시퀸은 합성화학물질인 산화방지제로, 수산용 사료첨가제나 농약 등에 사용되고 있다.


3) 피고는 2020. 6. 9.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에서 에톡시퀸이 허용기준(0.2mg/kg)을 초과하여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품의 긴급회수를 명하였다.


4) 피고는 2020. 9. 7.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에서 에톡시퀸이 허용기준을 초과하여 검출된 것이 식품위생법(2022. 6. 10. 법률 제189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제4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7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46조에 따라 이 사건 제품의 회수 및 폐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한편 피고는 원심에 이르러,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인「식품의 기준 및 규격」(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제2. 3. 9)에서 정하고 있는 ‘축·수산물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이하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이라 한다)은 비의도적인 오염(사료, 환경오염 등)에 의하여 에톡시퀸이 잔류하고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의도적인 사용에 의하여 에톡시퀸이 혼입된 이 사건 제품에 대하여는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이 아니라 불검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에톡시퀸이 검출된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하였다.

 

2.  관련 규정 및 법리 


가.  관련 규정


1)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하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제조·가공·사용·조리·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 성분에 관한 규격을 정하여 고시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제1항에 따라 기준과 규격이 정하여진 식품은 그 기준에 따라 제조·수입하여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였다.


2) 이 사건 고시는 식품위생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식품에 관한 기준 및 규격을 정한 것인데, 그중 제2. 3. 9)는 ‘축·수산물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에 관하여 "해당 축·수산물에 직접 사용이 허가되지 않았으나 비의도적 오염(사료, 환경오염 등)에 의한 살충제, 살균제 등 농약성분의 잔류관리를 위해 설정된 기준으로 [별표 6]에서 정한 해당 기준 이하를 말한다."라고 정하였고[(1) ①항], ‘가공식품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에 관하여, "잔류허용기준이 정하여진 축·수산물을 원료로 하여 제조·가공된 식품은 원료 식품의 잔류허용기준 범위 이내에서 잔류를 허용할 수 있다. 즉, 원료의 함량에 따라 원료의 기준을 적용하고, 건조 등의 과정으로 인하여 수분 함량이 변화된 경우는 수분 함량을 고려하여 적용한다."라고 정하였다[(3) ①항].


3) 이 사건 고시 [별표 6] 제99호는 갑각류의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0.2mg/kg으로 정하였다.


4) 한편 이 사건 고시 제1. 1. 5)는 "이 고시에서 기준 및 규격이 정하여지지 아니한 것은 잠정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해당 물질에 대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CAC) 규정 또는 주요외국의 기준·규격과 일일섭취허용량(Acceptable Daily Intake, ADI), 해당 식품의 섭취량 등 해당물질별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적·부를 판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였다.

 

나.  식품위생법 제7조 등의 규정 내용과 형식,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식품위생법 관련규정은 식품의 위해성을 평가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재산권이나 식품산업의 자율적 시장질서를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정한 식품의 규격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러한 규격과 기준을 위반한 식품에 대하여 식품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재량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및 관련 공무원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8다67828 판결 참조). 나아가,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9두53389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미국 회사인 △△△△△△(이하 ‘이 사건 제조회사’라고 한다)으로부터 이 사건 제품을 수입한 사실, 그 제조공정도에 따르면, 이 사건 제품은 크릴밀(크릴새우를 건조·분쇄하여 분말 형태로 만든 것)을 원료로 원심분리, 액상추출, 농축, 정제, 살균 등의 공정을 거쳐서 제조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제품은 크릴밀에서 추출되는 것이거나 적어도 크릴을 동결건조 또는 열풍건조한 원료에서 유용한 성분을 추출하여 제조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고시 제2. 3. 9) (3) ①항에서 정한 ‘건조 등 과정으로 인하여 수분 함량이 변화된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제품에는 원재료인 크릴과 동일한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한편, 더 나아가 불검출 기준이 적용된다는 피고의 주장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제조회사가 이 사건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에톡시퀸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

 

나.  설령 이 사건 제품의 원료인 크릴새우 포획 단계부터 크릴밀 제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제조회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에톡시퀸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제품에 에톡시퀸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없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축·수산물이나 그 가공식품에서 검출된 잔류물질이 농약 성분에 해당하더라도 잔류허용기준 범위 내에서는 잔류에 이른 구체적인 경위나 단계를 묻지 않고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때마다 당사자로 하여금 비의도적 오염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게 하는 것은 잔류허용기준을 규정하여 둔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톡시퀸이 해당 축·수산물이나 그 가공식품의 최종 생산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의도적 사용으로 인하여 혼입되었음을 행정청이 증명한 경우에는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아야 한다.


1) 이 사건 고시는 잔류물질을 ‘해당 축·수산물에 직접 사용이 허가되지 않았으나 비의도적 오염(사료, 환경오염 등)에 의하여 잔류하는 살충제, 살균제 등 농약성분’이라고 규정하였으므로, 문언상 축·수산물이나 그 가공식품에서 검출된 물질이 위 잔류물질의 개념 요건(‘비의도적 오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나아가 잔류물질이 해당 축·수산물이나 그 가공식품에 잔류한 상태(현상)와 고의성 여부가 문제 될 뿐, 잔류에까지 이르게 된 생산·가공 단계에 따라 취급을 달리 하고 있지도 않다.


2)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 중 에톡시퀸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은 2019. 7. 3.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19-57호 개정으로 신설되었다. 개정고시안의 제안이유에는 ‘수산용 사료첨가제로 허가된 에톡시퀸의 안전관리를 위해 잔류허용기준을 신설’한다는 기재가 있고, 개정이유에도 ‘사료관리법에 의해 사용이 허가된 농약을 사용한 사료 및 환경오염 등으로 인하여 수산물에 비의도적으로 잔류되는 농약성분의 잔류관리를 위한 기준을 신설할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기재가 있다. 이와 같이 에톡시퀸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이 신설된 경위를 보더라도, 사료첨가제 및 사료를 통하여 비의도적으로 수산물에 혼입된 에톡시퀸의 잔류관리를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3) 에톡시퀸은 식품에 직접 첨가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닐뿐더러, 유해성을 이유로 그 사용허가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에톡시퀸의 잔류허용기준을 문언대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제품에 에톡시퀸이 의도적 사용으로 인하여 혼입되었음이 밝혀진 경우 불검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이 사건 고시나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이 예정하지 아니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다.


1)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에톡시퀸의 의도적 사용으로 인하여 축·수산물이나 식품에 혼입되어 잔류된 상태로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의 적용이 배제되는데, 그러한 의도적 사용의 경우에 적용하기 위한 별도의 잔류허용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결국 이 사건 고시에는 그 경우의 성분규격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고시에 그 성분규격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이 사건 고시 제1. 1. 5)가 적용될 것인데, 이 경우 피고가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적·부를 판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짐이 원칙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품의 위해성 평가에 있어 적정한 식품의 규격과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한 식품에 대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공무원의 합리적 재량권한은 관계 규정에 위배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한 이를 존중할 필요도 있다.


3) 이 사건 고시를 통해 에톡시퀸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이 신설되기 전에는 비의도적 오염에 의한 혼입의 경우에도 에톡시퀸이나 그 대사물질인 에톡시퀸 다이머에 대하여 원물질에 대한 시험법(정량한계 0.01mg/kg) 및 불검출 기준을 적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을제14호증). 나아가 식품에 사용될 수 없는 물질에 대한 별도의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경우, 해당 물질은 식품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함이 원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의도적 사용으로 인한 혼입에 해당하여 이 사건 고시에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 종전에 적용하였던 불검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제품에서 검출된 에톡시퀸이 그 원료인 크릴새우 포획 이후 크릴밀로의 중간 가공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 사건 제품의 제조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과정 중에 의도적 사용으로 인하여 혼입된 사실이 인정되면,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불검출 기준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의 적용 대상이 되는 에톡시퀸의 임의적 사용 여부가 이 사건 제품 자체의 제조 단계에 한정된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에톡시퀸이 이 사건 제품의 사료나 환경오염 등 비의도적 오염으로 인하여 원료에 잔류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의도적 사용의 결과라고 볼 여지가 많음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1) 이 사건 크릴오일의 원료가 된 ‘남극크릴새우’는 자연산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할 뿐 사료를 먹지 않으므로, 사료로 인한 오염은 있을 수 없다. 또한, 크릴새우는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있어 생물농축이 있기도 어렵다. 결국 정상적으로 포획, 공급되는 남극의 자연산 크릴새우에서 사료로 인한 에톡시퀸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은 달리 그에 관한 소명이 없는 한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


2) 피고는 이 사건 제품을 조사할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41개 크릴오일 제품을 수거하여 함께 조사하였는데, 에톡시퀸은 그중 5개 제품에서만 검출되고, 나머지 36개 제품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아니하였다. 만약 이 사건 제품에서 검출된 에톡시퀸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것이라면, 동일한 원료인 남극산 크릴새우를 사용한 동종 제품 다수에서 에톡시퀸이 미량이라도 검출되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 제품에서만 에톡시퀸이 검출된 사실을 통해 이 사건 제품에서 검출된 에톡시퀸이 전반적인 환경오염에 따른 것이 아님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3) 그 외에 달리 비의도적 오염으로 인하여 에톡시퀸이 혼입된 것이라고 볼만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어선에서 크릴새우를 포획한 이후 크릴밀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에톡시퀸을 사용하였다는 제보가 있어 이 사건 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는 피고 소속 공무원의 진술이 있을 뿐으로, 이 사건 제품에서 검출된 에톡시퀸의 출처가 의도적 혼입의 결과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라.  이 사건 제품에 불검출 기준이 아니라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된다고 볼 경우에도, 원재료와 동일한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고, 이 사건 고시 제2. 3. 9) (3) ①항에서 정한 ‘건조 등 과정으로 인하여 수분 함량이 변화된 경우’에 따른 수분 함량의 변화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 역시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1) ‘가공식품의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에 관한 이 사건 고시 제2. 3. 9) (3) ①항 후문(원료의 함량에 따라 원료의 기준을 적용하고, 건조 등의 과정으로 인하여 수분 함량이 변화된 경우는 수분 함량을 고려하여 적용)은 전문(잔류허용기준이 정하여진 축·수산물을 원료로 하여 제조·가공된 식품은 원료 식품의 잔류허용기준 범위 이내에서 잔류를 허용)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원료 식품을 제조·가공하는 과정에서 원료의 함량이나 수분 함량이 변화된 경우에까지 원료 식품의 잔류허용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고려에서 마련된 주의적·보충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위 후문 규정에 따른 잔류허용기준의 보정은, 일반적으로 원료의 함량에 따라 가공계수를 적용하거나 수분 함량의 변화에 따라 건조계수를 적용하는 단순 보정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와 같은 방식의 단순 보정은 성질상 원료 식품의 제조·가공으로 인한 원료의 성분 내지 함량, 수분 함량 및 그에 따른 잔류물질 함량의 변화가 규칙성을 가져 그 비율의 계산이 가능한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2) 반면, 원료 식품을 제조·가공하는 과정에 고온의 열처리 과정이나 유기용매를 사용한 화학처리 과정 등이 포함되어 있고, 그로 인하여 가공식품에 함유된 잔류물질 함량의 변화를 단선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와 같은 단순 보정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서는 원료의 성분 내지 함량, 수분 함량 및 그에 따른 잔류물질 함량의 변화를 제대로 계산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때에는 원료, 잔류물질, 가공방식 등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가공계수 적용이 요구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때 잔류물질의 잔류량은 원료나 식품의 종류, 잔류물질, 가공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특히 농약 성분 잔류물질의 경우 해당 물질의 종류와 가공방식 등에 따라 가공 식품에서의 잔류량이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하므로, 해당 물질과 가공방식 등을 고려한 가공계수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한편 단순 보정의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함에도 그 경우에 적용할 가공계수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 등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가공식품에 대한 구체적인 잔류물질 잔류허용기준에 관한 이 사건 고시 제1. 1. 5)에 따라 피고가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를 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제품인 크릴오일은 원재료인 크릴새우를 건조하여 만든 크릴밀을 중간재료로 하여 다시 원심분리, 액상추출, 농축, 정제, 살균 등 여러 과정을 거친 후 그중 지방 성분만을 추출한 물질인 사실, 이 사건 제품에서 검출된 에톡시퀸이 농약 성분에 해당하는 합성화학물질인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이처럼 이 사건 제품의 경우 원재료인 크릴새우 성분의 전체적·실질적인 변화 없이 수분 함량이 변화되어 제조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단백질, 무기질 등 크릴새우의 다른 구성성분을 모두 제거하고 지방 성분만을 추출·정제하는 제조·가공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사용되었거나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첨가 물질 등에 비추어 최종 제품에 함유된 잔류물질 함량의 변화를 단선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전제를 달리 하는 단순 보정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서는 원료의 성분 내지 함량, 수분 함량 및 그에 따른 잔류물질 함량의 변화를 제대로 계산할 수 없는 경우이자 위 가공방식과 에톡시퀸의 특성을 고려한 가공계수의 적용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 그런데 이 사건 고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크릴오일에 대하여 별도의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고, 원재료인 크릴을 가공하여 크릴오일을 만들 경우의 가공계수에 대하여도 아무런 기준이나 지침을 마련하여 두고 있지 않으므로, 크릴오일에 대한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의 설정 및 적용에 관하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피고가 그에 관한 재량권한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5)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가공계수에 있어서 별도의 기준이나 지침이 없는 경우 원료 식품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왔고, 특히 참기름, 대두유, 유채씨유(카놀라유) 등 원재료 100%에서 추출한 오일의 경우에도 수분 함량의 변화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원료 식품의 잔류허용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크릴오일은 이 사건 제품과 같이 중간원료인 크릴밀에서 추출할 수도 있지만, 생크릴이나 냉동크릴에서도 추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생크릴이나 냉동크릴에서 추출하는 경우 건조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건조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크릴오일이 있을 수 있는데, 제조과정 중 건조과정을 거친 크릴오일과 건조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크릴오일은 최종 제품의 성분(지방 성분 100%)이나 에톡시퀸의 유해성 등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크릴밀에서 추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두 제품 간에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제품인 크릴오일에 대하여 원료 식품에 대한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피고의 조치가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달리 현저히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마.  따라서 피고가 원심에서 추가·변경한 ‘불검출 기준 위반’의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에톡시퀸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제조 이전 단계에서 에톡시퀸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어 불검출 기준이 적용될 수 없으며,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의 적용에 있어서도 이 사건 고시 제2. 3. 9) (3) ①항에서 정한 ‘건조 등 과정으로 인하여 수분 함량이 변화된 경우’에 해당하여 원재료와 동일한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을 적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잔류허용기준의 적용범위 및 식품의 규격과 기준의 해석·적용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