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4451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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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6-27본문
【판시사항】
[1]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및 주의의무의 판단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와 평가 방법 /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의료상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지 및 합리적인 조치들 중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2]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경우에도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ㆍ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 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ㆍ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2]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공1999상, 772),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공2004하, 1929) / [2]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공2004하, 1929),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공2007하, 949)
【전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의료법인 삼성의료재단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6. 24. 선고 2019나310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명 생략)(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이 이 사건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소외 1이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
나. 그러나 소외 1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수면 중인 상태로 보이고 달리 소외 1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다. 피고는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소외 1에게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 안전벨트를 제대로 채웠을 경우 소외 1이 침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머리가 있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 다리까지 모두 폭이 넓은 안전벨트를 벗어나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소외 1이 이러한 방법으로 침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 주장처럼 위 안전벨트를 제대로 채운 것이 맞는다면, 소외 1이 위 안전벨트를 벗어나 낙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고, 이에 동반하여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였을 것임에도, 당시 근무 중이던 피고 병원의 직원들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마. 소외 1이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소외 1의 침대 근처에는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낙상으로 인한 충격이 소외 1의 머리에 그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바.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장소가 중환자실이었고 소외 1은 피고 병원이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할 정도로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였으므로 피고 병원의 보다 높은 주의가 요구되었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ㆍ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 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ㆍ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등 참조).
한편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위 대법원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1) 소외 1(1955년생)은 2017. 12. 7. 급성담낭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받았는데, 2017. 12. 8. 혈압저하, 고열, 패혈증이 생기자 중환자실로 옮겨져 고유량 비강 캐뉼라 산소투여법 등 치료를 받았다.
2) 피고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소외 1을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을 부착하였고, 침대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침대바퀴를 고정하였으며, 사이드레일을 올리고 침상 난간에 안전벨트를 설치하는 등 낙상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고, 소외 1에게도 여러 차례에 걸쳐 낙상 방지 주의사항을 알리는 등의 교육을 실시하였다.
3) 소외 1은 2017. 12. 11. 04:00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였다. 피고 병원이 작성한 당시 간호기록에 의하면, 간호사는 같은 날 03:25경 소외 1이 ‘뒤척임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수면 중’인 상태를 확인하였고, 03:45경 ‘PTGBD 배액 중’이었는데, 04:00경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침상 난간 안전벨트와 침대 난간을 넘어와 소외 1의 엉덩이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찧는 상황’을 즉시 발견한 것으로 되어 있다.
4)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은 1시간 간격으로 매 시각 45분에서 정각 사이에 환자상태를 확인하고 2시간 간격(짝수 시간)으로 체위변경과 기저귀 교환,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손상 여부의 확인을 2인 또는 3인 1조로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에도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보살피고 있었다.
5)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윤루시아는 원심 법정에서 ‘침상 난간 안전벨트는 환자 어깨부터 무릎 정도까지 적용이 되는데, 완전히 단단한 재질이 아니라서 의식이 명료한 환자의 경우 손발이 자유롭고 충분히 의지만 있으면 위로든 아래로든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증언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 및 사정을 살펴보면, 피고 병원이 소외 1이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뿐더러, 피고 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소외 1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피고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소외 1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은 소외 1이 당시 위험한 행동을 한 자료가 없다거나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 등도 들고 있으나,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소외 1이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 측에서는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이 사건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피고 병원 측 과실로 인하여 과연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ㆍ판단하였어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판시 사정에 기초하여 피고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이는 이상 불법행위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