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이의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67204, 판결]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3-06-22본문
【판시사항】
[1]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방법
[2]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한 경우,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를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3조 제1항, 제3항, 제7항,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1호, 제4조의2 제1항 제1호, 제3조 제3호, 제4조의2 제1항 제3호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그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할 수 있어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3조 제1항, 제3항, 제7항,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1호, 제3호, 제4조의2 제1항 제1호, 제3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공2019하, 1950)
【전문】
【원고, 상고인】
부산수련동문회
【피고, 피상고인】
포이베대부 유한회사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9. 8. 28. 선고 2019나441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안마 수련원을 이수하였거나 이에 준하는 자 또는 예정자로서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는 사람(시각장애인)을 회원으로 하는 비법인 단체이다. 소외 1은 2018. 1. 1. 원고의 대표자로 선출되었다.
원고의 전임 대표자인 소외 2는 2018. 1. 3. 부산 동구 ○○동에 있는 장애인단체 조합인 부산△△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라 한다)에서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개설한 정기예탁금과 자립예탁금 계좌를 해지하고, 계좌에 있던 20,000,000원과 2,645,349원을 인출하여 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 소외 1은 같은 날 △△신협에 조합거래를 신청하여 정기예탁금(이하 ‘제1 예금’이라 한다)과 자립예탁금(이하 ‘제2 예금’이라 하고, 제1, 2 예금을 합하여 ‘이 사건 예금’이라 한다) 계좌를 개설하고 소외 2로부터 받은 20,000,000원과 2,645,349원을 제1, 2 예금계좌에 입금하였다. 소외 2는 당시 △△신협의 이사장이었다.
소외 1은 조합거래신청서에 자신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와 조합원 번호를 기재하고 실명확인증표로 복지카드를 제출하고,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 금융거래 목적을 ‘동문회 통장’이라고 기재하며, 조합거래신청서 등 서류에 원고의 인감을 날인하였다.
이 사건 예금통장에는 예금주로 소외 1과 함께 원고 명칭이 부기되어 있다. △△신협은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한 상세정보에 조합원명을 소외 1, 통장부기명을 원고로 입력하고, 내부 전산망에 제2 예금계좌의 용도를 개인용으로 분류하여 관리하였다.
(2) 피고는 소외 1을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2015. 6. 19. ‘소외 1은 피고에게 15,706,219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소5489782),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피고는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2018. 5. 4.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타채102550호로, 2018. 6. 19.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타채103498호로 소외 1이 △△신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권 중 4,500,000원과 12,312,180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3) 원고는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원고라는 이유로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예금계좌는 소외 1에 대한 실명 확인을 거쳐 개설되었다. 소외 1이 △△신협에 원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여 거래자가 원고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통장부기명이나 통장 사용 목적은 통장 관리를 위한 편의사항일 수 있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비법인 단체인 원고가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쟁점은 비법인 단체와 그 대표자 이름이 예금통장에 기재된 경우 비법인 단체인 원고가 예금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이다.
2.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 이름으로 예금계약을 한 경우 그 단체가 예금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
가.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 참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이다(제2조 제4호).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제3조 제1항). 누구든지「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 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제3조 제3항). 실명거래의 확인 방법과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제3조 제7항).
그 위임에 따라「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개인, 법인 그리고 비법인 단체 등으로 구분하여 실명과 그 확인 방법을 정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실명으로 하고, 주민등록증 등의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제3조 제1호, 제4조의2 제1항 제1호). 비법인 단체의 경우 단체를 대표하는 자의 실명을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대표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등과 같은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하며, 다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단체의 경우 그 문서에 기재된 단체명과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나 그 사본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제3조 제3호, 제4조의2 제1항 제3호).
이러한 규정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그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할 수 있어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소외 1과 △△신협 사이에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 원고의 전임 대표자이자 △△신협 이사장인 소외 2는 자신의 명의로 된 △△신협 계좌를 통해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다가 위 계좌를 해지하여 인출한 돈을 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 소외 1은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같은 날 본인 명의로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소외 2로부터 받은 돈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하였다.
(2)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원고의 인감을 사용하고 금융거래 목적을 ‘동문회 통장’이라고 밝혔고, △△신협이 발급한 이 사건 예금통장에는 예금주로 소외 1과 함께 원고 명칭을 부기하였다. 원고·소외 1·△△신협 사이에 원고의 자금을 소외 1 개인의 계좌에 예치하는 차명거래를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나. 이와 같은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경위와 원고, 소외 1, 소외 2와 △△신협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신협은 소외 1이 원고의 대표자라는 것과 소외 1이 원고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원고를 대표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한다는 것을 알고 이 사건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신협이 소외 1로부터 원고 단체의 존재 여부와 대표권 유무를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받지 않았다거나, △△신협이 내부 전산망에 이 사건 제2 예금계좌의 용도를 개인용으로 분류하였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