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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5도1293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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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5-30

본문

【판시사항】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지 여부(적극) /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형법 제30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57)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5. 7. 29. 선고 2015노13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의견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4. 5. 14. 08:41경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사실은 피해자가 이혼하기는 했지만 아들이 장애인이 아니고, 피해자와 사실혼관계에 있던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부터 임금을 가불하여 피해자에게 가져다준 것이 아닌데도, 피고인의 친구 공소외 2가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 관하여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이 하나가 장애인이래. 그런데 공소외 1이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그런데 이년이.”라고 말함으로써(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공소외 2가 피해자의 명예를 보호하거나 피고인의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이 사건 발언 내용을 비밀로 지켜줄 만한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발언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이 사건 발언의 공연성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 위와 같이 발언자와 상대방, 그리고 피해자와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이 직무상 특수한 지위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2는 피고인과 초등학교 동창으로서 친한 사이였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관광버스회사의 운전기사였던 공소외 1을 만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피고인도 이 사건 발언 이전에 공소외 1과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피해자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했을 뿐 피해자를 직접 알지 못하였다.


(2) 피해자는 공소외 1로부터 돈을 받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공소외 1에게 임금을 가불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피고인은 이를 거절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발언 당시에도 피해자로부터 같은 취지의 전화를 받았고, 피해자와 대화를 마친 다음 옆에 있던 공소외 2가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질문하자 이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기초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3) 이 사건 발언 장소는 피고인의 사무실로서 공소외 2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 사건 발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이후 피고인과 공소외 2는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다른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바로 이어 나갔다.


(4) 공소외 2는 법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통화가 끊어지지 않은 상태를 이용하여 이 사건 발언을 녹음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공소외 2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므로,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또한 피고인과 공소외 2의 친밀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이 공소외 2 앞에서 한 발언 경위와 내용 등을 보면 위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발언을 한 경위와 내용, 발언의 방법과 장소 등 여러 사정을 심리하여 피고인의 발언이 특정 소수 앞에서 한 것인데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고도의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가려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연성이나 전파가능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하여 검사의 증명을 요구하거나 별다른 심리ㆍ판단을 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