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도115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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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5-10본문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2]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항소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2]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공2014상, 650)
[2]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공1997상, 279),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공2010상, 844),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공2017상, 919)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7. 6. 29. 선고 2016노198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명 생략)(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는 내과 전공의 2년차 의사로서, 2015. 5. 26. 이 사건 병원에 환자로 방문하여 직장수지검사를 위해 누워 있는 피해자 공소외인(여, 나이 생략)을 추행할 마음을 먹고 손가락을 피해자의 질 안에 집어넣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을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피해자의 일부 추측성 답변 사실만으로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진술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해자는 혈변 등의 증세로 이 사건 병원에 입원하여 수련의로부터 직장수지검사를 받은 뒤 전공의인 피고인으로부터 다시 직장수지검사를 받았다. 따라서 피해자가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행위를 질에 손가락을 넣은 행위로 착각하였을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인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곧바로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병원 측에 과잉진료에 대하여 항의하였으나 그 병원비를 납부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허위로 고소할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큰소리를 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료행위 중에 기습적으로 추행을 당하여 순간 놀라고 당황한 데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반응이 부자연스럽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의 손가락이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거의 손가락 하나가 다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고, 안에 들어가서 몇 번 좀 많이 휘저었다.’고 답변하였다(이 진술을 이하 ‘쟁점 진술’이라 한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즉시 항의하였는지를 물었고, 피해자는 ‘거기가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답변하였다. 그 후 검사는 피고인이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물었고 피해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손가락을 뺀 뒤 다시 항문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답변하였다.
(2) 제1심은 쟁점 진술이 질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한 다음,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이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으려는 시도 없이 곧바로 손가락을 질 내로 집어넣었다.’고만 진술하였을 뿐 피고인이 질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었다.’고 진술한 적이 없었던 사실을 고려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제1심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져 그 정확성 또는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보았다.
(3) 원심은 추가로 증거를 조사하지 않고 피고인신문을 거쳐 심리를 마친 후, 쟁점 진술이 질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후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답변에 해당한다고 이해한 다음, 이를 기초로 피해자가 제1심법정에서 한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보다 묘사가 풍부해진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다. 이러한 사정과 위 2.항에서 본 원심판단 이유를 위 가.항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쟁점 진술을 전후한 검사와 피해자의 문답 내용에 따르면, 쟁점 진술이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답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고, 쟁점 진술을 제1심의 판단대로 이해한다면 피해자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제1심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위에서 본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제1심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여 쟁점 진술의 취지를 분명히 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한 다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판단을 뒤집은 다음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항소심의 심리와 재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