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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청구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다26237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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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5-01

본문

【판시사항】


[1] 행정청의 처분 여부 결정이 지체되었음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 이때 처분 여부 결정의 지체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여기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지연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2]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근무하던 중 사망한 육군 중위 甲의 유족들인 乙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적어도 초동수사 소홀로 甲의 사망원인이 불분명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될 무렵에는 甲의 사망에 대하여 순직결정이 있어야 하는데도, 국가 소속 공무원들이 그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순직결정을 지연하였다며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의 사망에 대한 국가의 순직처리 거부 또는 지연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로 위법하지는 않다고 보아 乙 등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다6759 판결(공2016상, 17)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8. 20. 선고 2019나201819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행정청의 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처분 여부 결정이 지체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여하여 처분 여부 결정을 지체함으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비로소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 책임의 요건을 충족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는 신청의 대상이 된 처분이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 등 처분의 성질, 처분의 지연에 따라 신청인이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지연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손해의 전보 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지연하였는지는 법정 처리 기간이나 통상적인 처리 기간을 기초로 처분이 지연된 구체적인 경위나 사정을 중심으로 살펴 판단하되, 처분을 하지 않으려는 행정청의 악의적인 동기나 의도가 있었는지, 처분의 지연을 쉽게 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도 아울러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다675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 근무하던 육군 중위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사망에 대한 피고의 순직처리 거부 또는 지연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린 피고 수사의 위법성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은 ‘1차 수사의 경우 초동수사 소홀로 인하여 사망원인을 불분명하게 한 위법성이 인정되지만, 2차 및 3차 수사의 경우에는 그 수사 과정 및 결과에 관하여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9. 10. 21.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그 진상을 밝힐 수 없다는 이유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하였음에도, 육군본부 전사망심의위원회는 2010. 11. 23. 망인의 사망 구분을 기존의 ‘자살’에서 ‘순직’으로 변경하여 달라는 원고 1 등의 재심의 요청을 기각하였다. 그러나 망인의 사망 당시는 물론이고 위 기각결정 당시에 시행되던「전공사상자 처리훈령」(이하 ‘훈령’이라고만 한다)이나「군인사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고만 한다) 등 관계 법령에는 자살을 포함하여 진상규명 불능의 사망에 있어서도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 조항이 없었다. 훈령은 2012. 6. 29. 개정되면서 자살이나 자해의 경우에도 공무 수행과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순직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완화되었고, 망인의 사망 구분이 순직으로 변경된 이후인 2018. 2. 13.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망원인이 ‘진상규명 불능’의 경우에도 보통심사위원회의 심사 또는 중앙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거쳐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음이 명확하게 되었다.

 

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 8. 6. 육군참모총장에 대하여 ‘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과실 등으로 인해 사망원인이 불분명하게 된 망인의 순직 여부에 대해 재심의하여 순직으로 인정할 것을 시정권고한다.’라고 의결하였으나, 그 후 2013. 2. 25. 육군참모총장을 수신인으로 하여 ‘사망원인 불명자에 대한 순직처리 등 현행 훈령의 미비점을 보완ㆍ개선하고자 국방부에 훈령 개정을 위한 검토를 요청한 상태이므로 사망원인 불명자에 대한 순직심사를 위 훈령의 미비점이 보완ㆍ개정된 이후에 진행하여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17. 6. 16. 국방부장관을 수신인으로 하여 ‘우리 위원회는 2012. 8. 6. 시정 권고한 망인에 대한 순직심사에 대하여 심사 보류를 요청한 바 있으나, 최근 진상규명 불명자에 대하여 순직 Ⅱ형으로 결정된 선례가 있고, 망인의 유족이 조속한 심사를 요청함에 따라 망인에 대한 순직심사를 요청하오니 조속한 시일 내에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2017. 8. 31. 망인의 사망 구분을 ‘순직 Ⅱ형’으로 결정하였는바,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육군참모총장이나 국방부장관이 약 5년간 순직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위와 같은 심사 보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라.  망인의 사망 구분을 심사하였던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진상규명 불능의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직접적인 근거 조항이 없었고, 당시 뚜렷한 선례나 법령해석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망인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국회 국방위원회 의정활동 보고서, 초동수사 소홀로 인하여 사망원인이 불분명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망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망인에 대한 순직처리를 지연할 만한 행정청의 악의적인 동기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