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무효및위자료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므122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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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12-26본문
【판시사항】
[1] 대한민국 국민과 베트남 국민 사이에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각 당사자의 본국법) /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이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혼인의 해소에 관한 쟁송 방법이나 쟁송 이후의 신분법적 효과까지 규율하는지 여부(소극) 및 대한민국 국민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어 혼인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혼인의 해소를 구하는 소송에 관한 준거법(=대한민국 민법)
[2]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 혼인무효의 사유로 정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의 의미 / 대한민국 국민과 베트남 배우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특히 고려하여야 할 사항
【판결요지】
[1]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과 베트남 국민 사이에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대한민국 국민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민법, 베트남 국민에 관해서는 베트남 혼인·가족법이다.
대한민국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그 혼인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베트남 혼인·가족법 제8조 제1항은 남녀의 자유의사에 따라 혼인을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혼인의 의사가 있고 상대방인 베트남 국민과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대한민국 민법과 베트남 혼인·가족법 어느 법에 따르더라도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실체법적인 혼인의 성립요건을 판단하기 위한 준거법을 정한 것이고,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혼인의 해소에 관한 쟁송 방법이나 쟁송 이후의 신분법적 효과까지 규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어 혼인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혼인의 해소를 구하는 소송에 관하여 법원은 대한민국 민법에 따라 혼인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2]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 혼인무효의 사유로 정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 가정법원은 혼인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살펴서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혼인신고라는 부부로서의 외관만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지거나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해야 하고,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에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혼인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혼인신고 등의 절차를 마치고 혼인증서를 교부받은 후 베트남 배우자가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법령에 정해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어 장벽이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도 감안하여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참조조문】
[1]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 민법 제815조 제1호
[2] 민법 제815조 제1호
【참조판례】
[2]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공2010하, 1372),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9므11584, 11591 판결(공2022상, 181)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7. 9. 6. 선고 2017르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대한민국 국민과 베트남 국민 사이의 혼인무효에 관한 법리
가.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와 베트남 국민인 피고 사이에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원고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민법, 피고에 관해서는 베트남 혼인·가족법이다.
대한민국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그 혼인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베트남 혼인·가족법 제8조 제1항은 남녀의 자유의사에 따라 혼인을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에게만 혼인의 의사가 있고 상대방인 피고와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대한민국 민법과 베트남 혼인·가족법 어느 법에 따르더라도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실체법적인 혼인의 성립요건을 판단하기 위한 준거법을 정한 것이고,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혼인의 해소에 관한 쟁송 방법이나 쟁송 이후의 신분법적 효과까지 규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어 혼인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혼인의 해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법원은 대한민국 민법(이하 ‘민법’이라 한다)에 따라 혼인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나.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 혼인무효의 사유로 정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 등 참조). 가정법원은 혼인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살펴서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혼인신고라는 부부로서의 외관만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지거나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해야 하고,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에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9므11584, 11591 판결 참조).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혼인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혼인신고 등의 절차를 마치고 혼인증서를 교부받은 후 베트남 배우자가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법령에 정해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어 장벽이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도 감안하여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은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베트남 국적의 피고가 2015. 9. 18. 베트남에서 원고와 혼인한 다음 함께 생활한 기간이 짧다.
나. 피고는 2016. 6. 8. 대한민국에 입국하였고, 원고와 함께 생활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2016. 6. 21. ‘원고가 전처와 이혼한 사유가 가정폭력이었던 것을 알게 되어 원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는 등의 이유로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다. 피고는 2016. 7. 6. 발급된 외국인등록증을 받은 다음 2016. 8. 4. 다시 집을 나가 원고와 연락 두절 상태에 있었다.
다. 피고가 위와 같이 입국 후 단기간 내에 집을 나갈 정도로 원고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그 밖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서 2015. 9. 1.경 피고를 만나 2015. 9. 18.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한 다음 2015. 9. 17.부터 2015. 11. 30.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 20일간 베트남에 머물면서 피고를 만나거나 피고와 함께 생활하였다.
(2) 원고는 2016. 2. 15. 혼인신고를 한 뒤 피고를 대한민국으로 초청하였고, 피고는 2016. 6. 8. 입국한 뒤 원고와 함께 생활하면서 원고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도왔다. 원고는 그동안 피고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3) 피고는 국내에 입국한 직후부터 언어 장벽과 23살의 나이 차(혼인 당시 원고는 만 43세, 피고는 만 20세였다)에 따른 의사소통의 어려움, 원고 운영의 식당을 돕는 문제, 원고의 건강 문제, 피고의 부모를 초청하는 문제, 휴대폰 사용 문제 등으로 원고와 갈등을 겪었다. 피고는 2016. 6. 20. 원고와 함께 청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라 한다)를 방문하여 상담을 통해서 서로 이혼의사가 있음을 확인하고 2016. 6. 21. 청주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하였다.
(4) 피고는 2016. 6. 27. 지원센터를 방문하여 그다음 날까지 두 차례 상담을 받고 집으로 귀가한 다음 원고와 함께 생활하면서 2016. 7. 2.과 7. 9. 부부관계 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5) 그러나 피고는 이후에도 원고와 휴대폰 사용이나 원고가 전처와 사이에 낳은 딸 관련 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약 1개월 뒤인 2016. 8. 3. 원고와 함께 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은 다음 2016. 8. 4. 다시 집을 나갔다.
나.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다음 단기간 내에 집을 나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베트남 국적의 여성인 피고가 진정한 혼인의사를 가지고 결혼하여 입국하였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배우자와 성격 차이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가 혼인신고 당시 명백히 혼인에 관한 진정한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만한 사정은 드러나 있지 않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입국 후 단기간에 가출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피고가 원고와 진정한 혼인 의사 없이 취업 등 다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으므로 혼인이 무효라고 보아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혼인무효 사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